어제 이코를 간만에 깼기 때문에 그 감격을 그대로 둘 수가 없어서 미미 여사님이 쓰신 팬픽(이라고들 많이 부른다 ㅋㅋ) ‘이코 - 안개의 성’을 집어들 수밖에 없었다. 사회 추리물의 대가 미야베님이 게임광이라니 더 친근감이 들기도 하고, 또 어떤 테이스트로 명작 이코를 살려놨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이걸 읽었던 게 군대에서 한번이었고, 그렇게 감명받지도 못했던 기억이 내 의지를 조금 가로막았지만 그래도 미미 여사님 아니신가.(그때는 미야베 미유키님에 대해 거의 모르고 있었다. 어떤 글을 쓰는지도.) 아마 지금은 좀 더 잘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희망을 품었다.

다 읽고 난 후의 감상은, 팬이라서 풀어낼 수 있었던 이야기들이구나. 미야베 미유키님은 이런 감정을 느꼈구나. 하는 정도. 실제로 이 소설은 게임과 꽤 많은 차이점을 보인다. 이 설정대로라면 그림자들이 요르다를 완전히 끌고 갔을 때 이코가 돌이 되는 이유가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소설에서는 왼쪽 오른쪽 투기장을 모두 들르지도 않는다. 게임과 소설이 같아야 할 이유는 없지. 글에서 이건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하는 것들은 모두 도구에 불과하니까.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명확히 풀어내면 되는 일이다.

이 소설은 선과 악의 경계를 허물며 그 근원에 대한 질문을 한다. 실제로 선이라고 보이는 자그레더 소울 신성제국도 일면으로는 ‘뒷거래로 보이는 차사들을 보내거나’ ‘뿔 달린 아이들을 제물로 보내는 희생을 치름으로써 여왕, 마녀의 힘을 제재하는 등’ 선과 악의 경계를 거침없이 넘나든다. 실제로 인간이란 완전한 선도 완전한 악도 없는 법이다. 하지만 완전한 악의 존재를 마녀로 상정함으로써 악에 쉽게 휘둘리는 인물들을 마구잡이로 산재시킨다. 마녀의 눈과 귀 역활을 하던 요르다를 보좌하던 하인(결국 마녀 대신 목이 잘려 죽음까지도 악에 휩쓸리는 어찌 보면 가련한 인물이다.), 마녀의 마법에 눈이 멀어 마녀의 과거를 잊은 백성들 등. 그래서 아버지의 불운한 죽음과 강금, 그 사실을 알게 된 요르다가 선과 악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 하도록 만든다. 그 방법이 가족의 정에 기대는 등 정말 잔혹한데, 현실의 선과 악의 경계선과 매우 흡사하다.

뭐 아무튼 그녀의 동화 삘 나는 문체와 잘 어우러져서 독특한 맛을 내는 소설이 탄생했다. 게임과는 좀 궤를 달리 하는 글이긴 했지만 이것도 이것 나름대로 즐거웠다 ㅋㅋ 마치 브레이브 스토리나 영웅의 서..와 같은 느낌. 실제로 하고자 하는 이야기도 비슷하고. 어른이들을 위한 동화였다.

이코의 감동을 또 다른 방식으로 느껴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재미있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