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원작 애니메이션은 내가 처음으로 봤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이었다. 이 애니메이션 덕분에 나는 조금 더 감성적인 면을 지니게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 애니메이션을 접하기 이전까지는 전형적인 시리즈물 애니메이션들 외에는 확연히 나에게 각인되는 작품이 없었다. 더군다나 단편이라니. 이토록 짧고 임펙트가 강렬한 단편이라니. 러닝 타임도 정말 짧고(한시간도 안 됐던 거 같은데.) 이야기도 소소하고 감성적으로 재미있는데,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이 애니메이션을 개인 제작 했다는 사실이다. 성우진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을 감독 혼자서 만들었다니 지금 생각해도 참 감탄이 나올만한 이야기이다. 물론 부족한 점도 있었지. 이야기의 깊이라던가 불친절함. 그리고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은 인물들의 작화 ㅋㅋ 그때는 참 말이 많은 작화였는데 이제 와서는 인물 작화에 대한 말이 사그러들었다. 하긴 오래 된 작품이다.

뭐 아무튼 그렇게 나의 어린 시절을 함께 했던 작품이었고 한때는 라디오 에디션도 챙겨 듣고 만화책도 읽고 푹 빠졌었던 작품이었기에 이제는 이야기가 손에 잡힐 듯 훤하다. 그리고 소설에서 뭔가 아쉬움을 느꼈던 감정도 얼핏 생각이 난다. 아마 소설은 고등학교 때 읽었던가? 그 때 이후로 처음으로 읽는것이니 아무래도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 책을 읽을 때의 심정이었다.

다 읽고 난 후. 지금은 어떻냐고 하면, 음. 확실히 그때와는 차이가 많이 난다. 그때는 실망하는 감정이 더 컸지만 지금은 감탄스러운 감정이 더 컸다. 확실히 작가가 원하는 방향이 어떤 지점이었는지를 잘 알 수 있었고, 어떤 작가든 해피 엔딩을 원하는구나 하는 통일성도 얼핏 느꼈다. 아마 어릴 때의 나는 이 책이 내가 상상하여 메꿨던 어떤 지점을 건드리는 것이 싫었던 것이다. 뭐 그렇다. 상상력이란 참 자기중심적이다.

이야기 자체는 참 단순하고 알기 쉽다. 약간의 양념(노보루가 다른 여자를 만나본다거나 마카코가 우주선에서 친구가 있었다거나)하는 정도만 추가되었을 뿐, 특별히 큰 이야기의 틀은 벗어나지 않는다. 아쉬운 점이라면 미카구의 친구이자 언니인 캐릭터의 색깔이 미묘했다는 정도?

그래도 간만에 옛날 생각을 하며 책을 읽으니 감성이 더욱 뿜어져 나오는 것 같다.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