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 참 흥미를 끌게 생겼다. 회사에서 티나게 딴짓을 한다고? 짤리고 싶어서 환장했나. 이런 황당한 주제로도 책을 내나? 뭐 잠깐은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을 여지를 주는 제목이다. 하지만 뭐 몇번이나 당해왔기 때문에 이제는 익숙하다. 뻔하지. 단어의 중의적 표현을 활용하여 우리가 실제로 하는 일상적인 행동인 척하고 있지만 실은 그것과 완전히 반대되는 내용을 말하는 것. 대표적인 것으로는 ‘게으름뱅이’ 같은 것이 있을 것이다. 게으르기 위해서 부지런해져야 한다고 크게 떠드는 책들이 많았다.

뭐, 예상대로 이 책도 ‘티나게 딴짓’의 범위를 업무까지로 확장하여 잡고 있었다. 즉, 사이드 프로젝트를 티나게 함으로써 자신의 두각을 드러내도록 해보자는 의미.

속임수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는데, 사실 이런 제목 선정부터가 저자의 꼼꼼함이 드러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의 저자 역시 디자이너에 한없이 가까운 개발자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기술적으로 뛰어나진 않지만 개발을 할 줄 아는 디자이너라고 해야 할까. 디자인을 위해 개발을 하는 사람. 저번에 읽었던 인터렉티브 디벨로퍼 분과 굉장히 흡사한 유형이다.

하나에 몰두한 사람은 결국 전혀 몰라도 되는 일이라고 사람들이 은연중에 정해둔 틀을 너무나 쉽게 깨부숴버린다. 이 분 역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위해 타성에 젖지 않고 가로막힌 벽을 수없이 부숴온, 말하자면 한계를 규졍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나는 참 이런 사람들에 비하면 한없이 노력이 부족하구나.. 하고 뼈저리게 느낀다. 자신의 일을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저 하나의 놀잇감으로 생각한다는 점에서 나는 조금 부족하지 않나.. 오히려 집에서 해야 하는 일과 회사에서 해야 하는 일을 구분함으로써 회사에 있는 시간이 나 스스로에게 고통이 되지 않았나.. 반성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 책의 저자는 외국에서 청소년기를 보낸듯 하고, 외국 대학을 나와서 삼성 -> 마이크로소프트, 마치 전형적인 일부 상위권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의 그 노력과 행복, 즐거움을 낮춰 평가할 수는 없는 일이겠지. 정말 대단하다. 나도 더 잘 할 수 있을까?

오늘 한 권 구입해서 사사삭 빠르게 읽었는데 내 상상력의 한계를 또 조금 깨부실 수 있었기에 즐거웠다.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