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파주의 지혜의 숲에 놀러왔다. 각종 출판업 관련하여 모여있는, 굉장히 독특한 분위기를 가진 곳이었는데 지혜의 숲은 그 중에서 우리의 목적지! 1, 2, 3관으로 나뉘어져 있을 정도로 책이 많은 곳이었다. 파스쿠치에서 카페모카 한잔을 시켜 놓고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내가 선택한 책이 바로 이 책, 인생학교 이었다.

나는 일, 직업에 대해서는 참 감사함을 느끼는 편이다. 비교적 빠른 시기에 나의 미래를 결정했고, 그 미래에 대해 전혀 의심하지 않고 달려온 결과 내가 그리던 미래를 살고 있는 나로써는 일에 대한 고민을 가득 안고 있는 타인들에게 감정이입을 하기가 힘들었다. 일이 취미이고 취미가 일이기 힘든 세상이라고 하는 세상에서 나는 그걸 이루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책에 그다지 많은 기대를 품고 책장을 넘기진 않았다. 아마 나는 이 책이 하는 모든 조언들이 그다지 필요 없을 것이라는 자아도취로 가득했기 때문이겠지.

이 책은 사실 뻔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네가 행동하지 않는 것은 직업을 잃음으로써 함께 잃는 것들에 대한 불안감인데, 그 불안감은 사실 과대평가 되고 있다. 머뭇거리지 말고 일단 행동하라. 정말 뻔한 말이지만, 뻔한 말을 설득력 있게 가져가려면 그에 대한 많은 수식어와 예가 필요한 법이다. 이 책은 그걸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

보통 책은 목차로 대충의 얼개를 잡을 수 있다. 일단 목차를 보면

Chap 1 시작하며 : 성취감이 아니면 죽음을! Chap 2 천직을 찾기는 왜 이렇게 어려운가? Chap 3 무엇이 당신을 일하게 하는가? Chap 4 먼저 행동하고 나중에 고민하라 Chap 5 당신의 일은 속박인가, 자유인가? Chap 6 마치며 : 찾는 게 아니라 키워가는 것

이렇다. 저자는 시작하며 지금은 과거에 비해 너무나 선택지가 많은 세상이며 너무 많은 선택지는 오히려 선택을 곤란하게 만든다는 걸 어필하며 시작한다.(확실히 그렇다.) 그리고 교육 과정을 완전히 내다버리고 다른 일을 시작하는 것은 매몰 비용으로 작용하여 사람들의 선택을 방해한다고도 말하고 있다.(이것도 역시나 확실히 그렇다.) 그렇지만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 역시도 자신의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지 않음을 예로 들면서 일에서 성취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빠른 행동을 취하도록 종용하고 있다. 일에서 지위가 아닌 존경을 얻으라고 장례지도사 트레버의 예를 들며 설득력 있게 언급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내가 의미 깊었던 내용은 르네상스 제너럴리스트 / 연속 스페셜리스트 부분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로 설명되는 르네상스 제너럴리스트는 자신이 흥미를 가지는 모든 분야에 마치 파트타임처럼 시간을 나눠서 분배하여 일하는 형식으로 설명하고, 연속 스페셜리스트는 한 일에 완전히 몰입해 있다가 일정 성취를 이룬 후 다음 직업으로 넘어가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다행히 나는 모든 분야들이 잘 맞물려서 같은 결론으로 나아가는 형태의 직업을 가지고 있고, 그 모든 걸 섭렵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꿈은 제너럴리스트이지만 스페셜리스트도 벅찬 상황인 셈인데 과연 어떻게 될런지.

여러가지 방면에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읽으면서 직업에 대해 고심하는 많은 이들에게 한번쯤 독려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괜찮은 책이었다. 다른 인생학교 시리즈도 한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책을 접었다.

간 김에 한 권 다 뗐다는 점에서 확실히 기분이 좋네!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