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앉은 자리에서 소설 한권을 슈룩 읽은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쉽게 쉽게 읽혀지는 책이 정말 최근에는 없다. 초속 5센티미터 같은 경우도 그리 쉽게 읽어지지만은 않았는데, 정말 읽을 게 없을 때만 펼쳤기 때문이다. 집으로 가는 마을 버스 안에서 짬짬히 읽었다. 그렇게 읽었지만 며칠만에 다 읽었다는 것은 초속 5센티미터도 정말 별 내용이 없다는 의미이긴 하다만.

이 책에 대해서는 좋은 기억이 남아 있다. 이 책을 사게 된 경위도(14년도에 샀구나.) 학교 도서권에서 우연찮게 읽고 너무나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는데, 구매 후 읽었을 때도 꽤 좋은 감정을 가졌던 거 같다. 독후감을 뒤져볼 것도 없이 아마 좋아하며 읽었다. 분명히.

물론 이번에도 꽤나 내 취향의 책이었는데, 인물 각각에 대한 개별적인 이야기가 모이는 공통적인 공간이 있고, 그 이야기들은 제각각 시간차가 있는, 내가 좋아하는 구성을 완벽히 갖추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에쓰코씨가 자신이 찾던 무지개를 발견하는 장면은 꽤 감동적이기까지 하고.

하지만 이번에는 마냥 와우 완벽히 내취향이야 하면서 읽을 수는 없었는데, 그게 내 식견의 발전을 의미하는 것일까? 뭐, 간단하게 예를 들면 첫 번째, 아내와 사별한 남자와 딸 이야기에서 남자가 모든 집안일을 처음으로 겪게 되는 부분부터 시작해서 정말 예전에는 왜 이상한데? 그럴 수도 있잖아? 라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하나 하나 모두 거슬렸다. 프로 불편러라고 하던가? 불편한 심정을 표하는 것부터가 보수적인 사람들에게는 아니꼬운 것이다. 하지만 세상을 바꿔 나가는 것은 프로 불편러들이겠지.(너무나 넓은 용어의 용례 때문에 애꿋은 사람들이 프로 불편러라고 애둘러 싸잡히는데 그건 참 인식 발전을 막아서는 짓거리다.)

아무튼 그렇지만 그런 거슬리는 부분이 있었지만, 그래도 참 내가 좋아하는 구성이고 그래서 재미있게 읽었다는 것이 요지. 간만에 아침에 이렇게 간단하게나마 아무 책이나 읽는 것도 꽤 괜찮구나. 주말이라서 아무래도 잘 안되지만.. 주말에는 왜 이리 푹 퍼져 있을까.

그래도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