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캐넌의 세계에서 다음으로 이어지는 두 번째 소설인 유배 행성이다. 로캐넌이 얻게 되는 능력인 텔레파시 능력이 등장하는 부분에서 접점이 있다.(그리고 그 텔레파시 능력이 로캐넌이라는 선조에게서 얻은 것이라고 명확하게 설명되기도 한다.) 아무튼. 이번에도 헤인 연대기. 읽기 시작하니 쑥쑥 읽는구나.

이 책에서 등장하는 행성에는 여러 종족이 살고 있다. 우선 힐프. 낮은 수준의 원주민들이 살고 있고, 지구에서 온, 하지만 고향과 단절된 지구인들(힐프에겐 외인, 가짜 인간이라 불린다)이 살고 있으며, 북쪽 유목민인 가알이 있다.

이야기는 늘 겨울이 되면 자연 현상처럼 간간히 작은 피해만 입히고 남하하던 가알이 어떤 강력한 통치자를 만나서 내려오면서 시작된다. 그걸 먼저 인지한 외인의 대표격 중 하나인 아가트가 동맹을 요청하러 오게 된다. 썰물에 휩쓸려 갈 뻔한 롤레리를 마음 전하기(텔레파시)로 구해냈던 아가트는 이번에 다시금 롤레리를 만나게 되고 알 수 없는 이끌림을 느낀다.

즉 사랑 이야기였다. 말하자면 이루어져선 안되는 종족간의 사랑 이야기인데, 뻔한 신파극을 sf와 버무려 잘 엮어 놓았다. 전체적인 내용 흐름도 사실 지금까지 읽었던 책들에 비하면 뻔한 부분이 있다.

두 종족은 가알이라는 큰 대항점을 맞이하기 전까지는 서로를 알아갈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인간으로 취급조차 하지 않았다. 그 한계점을 깨뜨려버린 아가트와 롤레리의 사랑과 혼인은 그야말로 그 두 종족에게 혼란을 가져다 주었다. 거의 성사되었던 동맹은 깨지고 아가트는 공격 당한다.

미개한 쪽과 발전한 쪽이라는 대치점을 극명하게 하기 위한 등장인물인 월드는 오래된 가치관의 산물이다. 보수적이고 여성을 소유화하며 늙었다. 하지만 가알이라는 위협에 변화하는 세계에 그는 완전히 휩쓸려버리고 만다. 소설 뒤에서는 결국 사망하여 구시대의 끝을 알리게 된다.

지구와 단절된 외인들은 세대 교체에 힘겨움을 겪고 있었으나, 이 소설의 끝에서는 이종 교배가 가능함을 암시하며 끝나는데 그것은 지금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한민족이라는 허울과도 비교하며 읽어볼 여지가 있을 것 같다. 이태원에서 나고 자란 2세들의 모습이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길.

가알과의 공성전은 꽤 뻔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스킵.

두 세계가 맞물려서 서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아가트와 롤레리의 혼인으로 시작되었다는 것. 인간과 인간 사이의 흐름은 어떤 인위적인 것으로 막을 수 없는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유배하던 행성은 유배지가 아닌 더 나은 장소로 변화하기 시작한다.

오늘 하루간 다 읽었다. 하루만에 책 읽는 게 오히려 드문 일이 된다니 과거의 내가 본다면 비웃겠는걸.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