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란 무릇 이래야 한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글이었다. 미스 함무라비. 연초부터 이 책의 존재를 알게 되고 꾸준히 관심을 가졌지만, 결국에는 이렇게 ebook으로 읽게 되는구나. 그래도 이번 해가 가기 전에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것은 나의 지향점이 되어야 할 책이기 때문이다.

이 글은 판사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소설로, 한겨레에서 연재가 되었던 토막글들을 묶은 것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사회 문제를 다루기에 적합하고, 또한 적나라하게 문제들을 제시할 수 있다. 정의란 무엇인가? 정말 단순한 문장이지만 스토리로 인해 무게감을 가지게 되고 그 묵직함은 소설 말미까지도 꽤나 내 머리를 누르고 있다.

그리고 저자의 판사에 대한, 사회 문제에 대한 컬럼? 비슷한 글들도 간간히 들어있기 때문에 생각할 거리가 더욱 많다. 판사들에게 오롯이 모든 잘못을 덮어씌우는 국민들의 정서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고나 할까. 법 위에 판사들이 있음을 더욱 강경히 느끼게 된다.

그리고 주인공이 사회문제에 비판적인 여성 판사임으로써 좀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판사라는 권력과 여성이라는 피권력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박차오름 판사의 모습은 사회문제를 정면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의식적으로 여성 문제에 집중한 것도 아닌데 성차별 문제가 많이 언급된 것에 놀랐다는 저자의 글이 더욱 씁쓸하게 느껴진다.

완벽한 글이었지만, 내가 쓸 글, 만들 게임은 이렇게까지 직설적으로 쓸 수는 없겠지.. 좀 더 은유에 가까운 글로, 이야기로 나도 이 글에 대적해 보이겠다 다짐을 하게 만든다.

높은 위치에서는 이렇게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어야 하는 법이다. 정말 멋진 저자…

정말 재미있었다! 내가 늘 내 인생 속에서 성숙해 가는 과정에 속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