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회복하는 인간
갑작스럽게 단편 하나를 읽었다. 리디북스에서 K북스 & 바이링궐 에디션 50년 대여를 할인하는 걸 발견해서 정말로 충동적으로 구매했기 때문이다. 애초에 리디북스에 내가 다음으로 읽을 ‘영어책’을 구매하기 위해 갔었는데 정말 타이밍 좋게도 한국 단편 소설을 영문과 함께 실은 이 책 구성을 할인하고 있었다! 뭐, 보통이라면 사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표지를 채식주의자를 쓴 한강님의 책, 바로 이 책이 장식하고 있었으니 그것이 결정타였다. 결국 구매를 눌렀다.
단편을 읽을 때마다 독후감을 써도 되는 것일까 잠깐 고심을 했지만 역시 쓰는 것이 맞다는 결론. 나중에 미뤄서 이 세트를 다 읽었을 때 독후감을 쓴다면 지금 느꼈던 감정을 어떻게 진솔하게 쓸 수 있단 말인가.
나는 기본적으로 단편을 참으로 좋아한다. 기승전결을 그 짧은 글 속에 담아야 하는데다가 지지부진 스토리를 위해 늘어뜨리는 구간도 없다. 주제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깔끔하다. 그야말로.
이 단편은 자신의 언니의 장례식 후 발을 삐고, 한의원에서 뜸을 뜨다가 화상을 입었으며, 그 화상으로 인해 발의 세포가 심하게 죽어 치료를 받는 여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녀는 언니를 사랑하지만 언니의 차가움에 자신의 사랑을 숨겨야 했고 그 감정을 숨기는 법은 자신의 상처를 숨기고 또 숨기다 오랫동안 치료를 받는 상태에까지 놓이게 만들었다.
평범함을 타고난 여자는 평범하게 치료를 완수해 나가지만 완벽함의 굴레에 얽힌 그녀의 언니는 완벽한 형부와 완벽한 재력 속에서 불완벽한 2세 계획을 시작으로 굴러 떨어진다. 그녀의 언니가 그녀를 질투한 것은 완벽한 여성으로써의 굴레를 지고 있지 않은 모습이었을 것이다. 결국 완벽해야 하는 삶은 불치병과 함께 사라진다. 상처 받은 채로 떠난 그녀의 언니는 영영 상처를 치유할 수 없을 것이다.
서로 상처 입고 상처 받는 자매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단편이었다.
내일은 이 책을 영어로 읽어볼까.. 하고 생각해본다.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