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읽어나가던 ‘정희진처럼 읽기’를 완독했다. 그은 줄만 몇줄인지 모르겠네. 독후감이 정말 많은데 독후감 하나에 한번 이상은 줄을 그었으니. 그 덕분에 이북리더의 독서노트가 가득 차서 스크롤이 정말 자그마해졌다. 안그래도 반응 속도가 느린 이북리더인데.. 당최 내가 어떤 글에 줄을 그었는지 확인하기가 쉽지가 않다 ㅋㅋ

평소 내가 읽기 위해 독후감을 쓰던 나와 다르게 이 글들은 명확히 타자들을 향하고 있는 독후감들이다. 그리고 나와도 확실히 다른 방향성을 가진 독후감들이다. 내 독후감은 정희진님의 글과 다르게 우선적으로 쓰고자 하는 방향이 명확하지 않은 글들이 많고 ㅋㅋ 책의 줄거리들이 자주 들어가는 편이다. 정희진님은 스포일러가 아니냐고 반문하시는데, 나처럼 머리가 나쁜 사람은 줄거리가 어땠는지 희미한 형태로 남아있기 때문에 줄거리를 언급해주지 않으면 일부러 줄거리를 찾아서 읽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기기 때문에.. 뭐 아무튼.

정말 다양한 글들을 읽으셨는데 그렇지만 다독은 하지 않으신다고 하니, 나는 정말 비루한 독서가였구나. 나도 나름대로 책 읽는 걸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에 비교하면 티끌보다 작구나.. 뭐 다독이라는 게 절대적인 게 아니고 상대적인 거라고 하면 나도 나름대로 잘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자위해보자 ㅋㅋ

아무튼 정말 많은 그 글들은 그 많은 만큼 장르도 다양했다. 인문 계열, 소설 계열, 자기계발서, 심지어 자칭 애국 보수의 글들까지. 몇몇개의 글들은 그들의 사고를 비틀어 보려는 생각으로 일부러 읽은 듯한 느낌이다.

정희진님의 사유는 정말 놀랍다. 내가 자연스럽게 그렇지 않나? 하고 생각하고 넘어가던 그 모든 것들에 의심에 의심을 더해 놓았다. 그 당연함의 틀을 깨는 것이 진보의 일이란다.

이 책의 부제는 내 몸이 한 권의 책을 통과할때- 인데 이에 대해 정희진님은 이런 말을 했다.

원래 알코올 중독자 모임에서 쓰는 말이지만, 오이와 피클은 독후감에도 좋은 비유다. 알코올 중독 전 인간이 오이라면 중독 이우헨 피클 신세라고 한다. 오이는 피클이 될 수 있지만, 피클이 오이로 돌아갈 수는 없다.

나도 조금 절여졌을까.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