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김에 계속해서 읽어보자 하는 심정으로 다음 책으로 넘어갔다. 고로 세 번째 인생학교 책이다.

저번 책, 섹스 편에서 꽤 많이 실망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별로 기대하면서 읽지 않았는데, 그런 부정적인 시각이 많이 작용해서 그런지 더더욱 별로였다. 지금 와서 보니 애초에 주제가 보수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이 다룬다면 굉장히 완고하고 불편할 수밖에 없을 거 같은 주제긴 하다.

이 책이 말하고 있는 바는 명확하다. ‘돈’ 그 자체보다 그에 엮여 있는 여러가지 심리적인 요인, 사회적인 요인들이 문제이며 그것들은 개인의 문제로 귀결된다. 고로 개인이 바뀌면 돈에 관해 덜 걱정하게 될 것이다. 음.. 전형적인 개인에게 사회적 문제를 떠넘기는 발언같이 보인다면 사실이다. 이 책은 그렇게 말하고 있고, 그래서 읽는 내내 불편했다.

뭐 돈에 관한 비약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주는데는 분명히 일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질 수 없는 것에 자신을 빗대고 고민하며 고통스러워하는 현대 사회인들에겐 마음을 쓰다듬어주는, 저자의 말대로 돈은 외모와 머리 등 기타 다른 타고나는 것들과 궤를 같이 하기 때문에 불합리하게 여길 필요 없다고 위안거리로 삼을 수는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저자의 이런 말은 자본주의가 저자의 마음 깊은 곳까지 침식했음을 알려준다.

[당연한 얘기지만, 신분상승을 모색하려는 것은 인간의 어쩔 수 없는 본성이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것을 제거하려고 헛된 노력을 하기보다 차라리 그것을 인정하고 개선해보려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는 돈에 대해 부정하는 모든 것들이 부질없으며, 그런 생각 자체를 근절시키려고 하는 것처럼 보인다. 돈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도 자신들만의 걱정이 있다고 은근히 주제를 흐리기도 한다. 그냥 있는 것에 만족하고 살 수 있어야 한다며 개인에게 잘못을 전가한다. 돈의 흐름을 정체시키고 소득의 극단화를 가중시키는 자들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는다. 언급하지 못하게 입을 틀어막는다고 보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평등을 향해 나아가도록 하는 모든 생산적인 의견들을 틀어막는 것이 어떻게 평화에 일조할 수 있을까.. 입맛이 씁쓸하다.

뭐, 그래도 이런 저런 생각을 이끌어내준 이 책에 대해 감사한다. 책을 읽는 것은 생각을 하는 것이다.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