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인생학교 시리즈의 세상 편. 어떨라나. 사실 별로 큰 기대 없이 집어들었다. ebook으로 보면 부제가 안 보이기 때문에 어떤 내용일지 감이 잘 안오기도 했고. 지금 보니 부제는 ‘작은 실천으로 세상을 바꾸는 법’이구나. 확실히 책 내용을 적나라하게 잘 드러내는 문구다.

이전 책들에 너무 실망했기 때문에 별다른 기대 없이 책을 꺼내들었지만, 생각보다 괜찮은 책이었다. 다루는 주제의 식상함을 차치한다고 하면. 뭐, 이 주제에서 큰 함의를 다루기가 힘들긴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입문서의 성격을 띄는 책이기 때문에..

책은 다음 말을 필두로 시작한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이다.’ 페미니즘 이론에서 나오는 말이기도 하고 예현이가 자주 입에 담는 말이기도 하다. 어떤 말일까. 개인적인 부분까지 침범하는 남성 중심의 정치적 시선에 대한 촉구가 아닐까. 책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개인적인 작은 일들이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진술이 참이라면 그것을 입증해주는 증거는 당연히 평범해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분명 증거이므로, 평범한 개인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행동들이 세상을 충분히 변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리라.] 개인적인 영역에서 다루어지는 소소한 변화를 강조하는 말로 쓰였다. 책의 서두에 어울리는 변호라고 할 수 있다. 작은 실천으로 세상을 바꾸어야 하니까.

그리고 책은 꾸준히 개인적 영역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변화가 큰 변화(예를 들자면 산업 혁명, 민주주의 등) 못지 않게 중요하다. 변화의 중요성은 상대적이지 않다. 작은 변화라도 변화 그 자체에 의미가 있고 그것들이 모여 큰 변화가 된다. 등의 요지를 이야기한다. 많은 예시를 들고 그것을 납득시키도록 한다.

나는 노력에 대해 굉장히 긍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저자의 입장에 쉽게 도취되었다. 능력이 없는 사람일수록 노력의 크기를 크게 책정하는 모양이다. 고개를 끄덕이며 책장을 넘겼다. 레베카 솔닛은 “희망이란 소파에 앉아서 당첨되기만을 꿈꾸며 손에 꽉 쥐고 있는 복권이 아니다. 희망이란 문을 깨부수는 도끼이다. 희망은 행동을 필요로 한다.”고 한다. 그래, 행동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어떤 혁명적인 일일 필요는 없다. 한발자국도 나아가는 것이다.

책은 나의 마음을 쓰다듬어 주었고, 그래서 책에 대한 나의 평가는 높아졌다. 적어도 이전의 책들보다는 훨씬 좋았다.

니체는 말했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강하게 만든다.”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