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는 정말 봐도 봐도 질리지가 않는다. 늘 새롭다. 정말.. 어떻게 이렇게 새로울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새롭다. 이런 새로움, 그 감정을 이제는 정말 그만 느끼고 싶다.. 영어를 늘 회사 마치고 돌아가며 읽는데, 아무런 체계가 없는 나로써는 그냥 억지로 텍스트를 눈 뒷편에 새겨넣는다는 느낌으로 그저 우겨넣고 있었을 뿐이다. 꽉 막힌 벽을 만난 느낌. 어떻게 해야 이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있을까.

지금까지는 원서를 마구잡이로 읽어보는 방법을 채택하고 있었는데, 역시 잘 안된다. 모르는 것을 아무런 힌트도 없이, 단어를 알아보고자 하는 노력도 없이(물론 알아보긴 하지만 그 노력이 늘 지속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영어책을 보는 것은 더 이상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해석본이 달린 책을 읽어도 보고.. 내 영어 실력을 늘리기 위한 어줍잖은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그 와중에 구매하게 된 책, 개발자 영어. 이름만 들어도 정말 나에게 딱 맞춤인 듯한 느낌. 더군다나 코드로 감을 잡는다니. 프로그래밍이 마치 영어 문장과 같이 느껴지는 점에 착안해서 거기 빗대어 영문장을 설명해 보고자 하는 저자의 포부를 읽자, 이거다. 이번에는 이걸로 시도해보자 마음 먹었다.(분명히 전에 서점에서 봤을때는 그다지 땡기지 않았는데, 아마 내가 그만큼 절박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 시도를 마치고 난 후의 후기가 바로 이 글이다.

코드에 빗대에 영문법을 설명한 그 시도는 좋았다. 프로그래밍을 알고 있는 나로써는 흥미가 가득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문장이 길어지고 문장을 꾸며주는 글들이 많아질수록 그 시도는 점점 번잡해졌고, 혼란만 가중시키는 장치가 되었다. 그래서 나중에는 결국 개략적인 코드 형식 문장을 슬쩍 보는 정도로 그쳤다.

그렇지만 이 책의 진가는 문법에 대한 흥미를 이끌어냈다는 것에 있다. 아마 나는 이 책을 보지 않았다면 여전히 문법을 ‘공부를 위한 어떤 것’이라고만 여기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예제를 풀어보며 알았다. 나에게 부족한 것은 문장을 분석하는 능력이다. 그것의 기반이 바로 문법이고. 왜 그토록 글을 읽기가 힘들었는지 이 책을 떼면서 알게 되었다.

결국 알기만 하고 끝날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자신감이 생겼다. 더 해 나갈 수 있겠다. 영어의 형체를 다시 한 번 거머쥔 느낌이다. 다음 영어 책으로 어디 한번 다시 살펴보도록 하자.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