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진 2년이 걸려서 드디어 다 읽은 어스시 시리즈 제 2편. 아투안의 무덤이다. 이 책은 묘역의 사원의 어린 대무녀 아르하와 우리의 새매, 게드에 대한 이야기였다. 내가 이 책을 처음으로 빼들었던 것이 언제였을까. 어시스의 마법사를 읽은 직후였을테니 아마 16년 3월쯤이었을 것이다. 아직 이노스파크에 다닐 때였고, 프로그래밍 책 이외에는 정말로 눈에 들어오지 않을 때였다. 책을 읽는 시간 외에는 책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으니 과연 그렇다. 글이란 이렇게 미뤄질 수도 있는 것이다. 점심 시간에만 억지로 꾸역꾸역 조금 읽다가 반이 조금 안되는 쯤에 멈춰서 버렸고, 지금에 이르렀다.

오늘은 왠지 글이 읽고 싶은 날이었다. 베개를 사서인지 몸이 꽤 개운한 편이었기 때문일까. 그래서 이 마음의 짐을 덜어버리기 위해 책을 펼쳤다. 어스시부터 완독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어느새 나는 헤인 연대기를 더 많이 읽은 사람이 되어 있다. 뭐, 아이러니하네. SF를 정말 별로 안 좋아했는데(그놈의 선입견 때문이다.) 이제는 정말 SF를 좋아하니.

이 책의 내용은 심플하다. 아투안의 무덤에서 ‘이름 없는 자’를 모시는 대무녀가 된 아르하. 그리고 평범하게 무덤의 길을 외우며, 대무녀가 되어가는 모습. 그 평범한 날들 사이에 새매가 끼어든다. 무덤을 헤메는 새매를 발견하게 된 아르하는 그를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다가 힘이 빠진 그를 결국 가두고, 하지만 결국 도와주고, 보물들이 있는 곳으로 인도하고 숨겨주고 죽인 척하고, 하지만 들통나며, 그와 함께 무덤을 빠져나가고 무너뜨리고 함께 배를 타고 그 곳을 벗어난다. 그녀가 섬기던 이름 없는 자는 어둠으로 그녀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존재라는 점을 게드는 계속해서 피력하지만, 아르하는 자신의 세계를 깨뜨리는 것을 주저한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그와 함께 도망치는 것을 택하고, 자신의 원래 이름 테나를 완전히 받아들인다.

정말 간단하게 썼지만 대충 이런 내용이다. 정말 빠르게 슥슥 읽어졌네. 다 읽고 나니 왜 지금까지 미뤘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사족이지만 어슐러 k 르귄님은 이번 년도 1월 28일에 타계하셨다고 한다. 이렇게 오랫동안 몰랐다니.. 이제는 정말 그녀와 전혀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니, 내가 어떻게든 빚을 그 결과물의 일부를 강렬하게 때렸다고 어필할 사람 한 분이 실존하지 않는다니 가슴 한 켠이 아리네.

씁쓸하지만,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