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시의 이야기를 마무리하는(그러니까 큰 맥락에서는 그런 듯하다.) 마지막 이야기인 테하누는 머나먼 바닷가(1972년)가 쓰인 이후 18년이 지난 1990년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뭐, 사실은 머나먼 바닷가에서 이야기를 마무리하고자 했던 걸까? 잘은 모르겠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겼기 때문에 펜을 잡지 않으셨을까.

이번 이야기는 이전의 게드의 영웅담과는 상반되는 이야기이다. 마치 이 이야기에서 터뜨리기 위해서 앞의 고뇌와 고난을 보여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완벽한, 멋진 이야기였다.

이전의 이야기에서 등장했던 사람들이 모두 등장한다. 게드를 로크로 보냈던, 게드의 영원한 스승인 오지언과 그에게서 세상을 배운 테나, 그리고 어릴 때 몸의 절반을 화상을 입은 끔찍한 모습으로 표현되는 테루. 이전 이야기, 머나먼 바닷가에서 게드와 활약했던, 그리고 곧 왕위에 오르게 될 레반넨, 아렌 왕자.

이번 이야기는 테나와 테루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세계의 약자임을 끊임없이 피력하면서. 여성이자 과부인 테나. 그리고 어릴 때 입은 화상으로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모습을 가진데다 아직 어린 아이에 불과한, 장애인 테루. 테나는 장성한 아들과 딸을 모두 출가시키고 살던 중 테루를 맡게 된다. 그러던 중 오지언이 죽게 되고, 힘을 잃은 게드가 용을 타고 찾아오고, 한동안 오지언의 집에서 살게 되고, 게드를 찾아온 자들에게서 자존감이 떨어진 게드를 떠나라는 쪽지로 숨겨주고, 테루를 노리는 괴한들에게서 쫒겨 레반넨의 배를 타게 되고, 집으로 돌아와 살다가 괴한들에게 침입 당하던 중 게드에게 도움을 받고, 게드를 훈계하고 게드를 받아들이고, 아들이 바다에서 돌아와 집에 머물게 되고, 아들에게 집을 물려주고 오지언의 집으로 가게 되고, 그 와중 이 모든 일의 원흉이던 마법사에게 게드와 테나는 치욕을 겪게 되고, 테루가 예언의 여자임을 나타내며 용을 불러내 마법사를 죽이고, 그들은 함께 오지언의 집에서 살게 되는 이야기이다.(계속해서 글을 최대한 짧게 요약해 적게 되는데, 소설은 이런 작은 힌트만으로 기억을 자극시켜 그때의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번 내용에서의 게드는 힘을 잃은 늙은이로, 약하디 약한 정신을 가진 사람으로, 그리고 틀에 박힌 생각만을 하는 남자로 나온다. 그는 테나의 이상적인 남성상에서 그녀가 돌봐주어야 하는 사람이 된다. 대현자는 남자만 되어야 한다니. 그의 그런 생각은 테나가 용과 이야기함으로써(용주가 됨으로써), 테루의 존재가 용을 불러옴으로써 박살난다.

테나와 테루는 끊임없이 외부로부터 압박을 당한다. 약자의 삶이다. 외부의 시선에 신경써야 한다는 배려 아닌 공격을 받으며 그녀는 테루의 미래를 고민한다. 오지언의 마지막 말, 테루에게 모든 걸 가르쳐야 한다. 로크에서 말고. 라는 말을 신경쓰면서.

그녀의 고통, 그리고 그녀의 이야기는 겨우 영생을 원하던 마법사의 후계자 하나를 죽인다고 끝나는 것이 아닐 것이다. 마치 영원토록 행복했습니다. 하는 식으로 끝나진 않을 것이다. 테루가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한들 사람들은 테루를 테루 그 자체로 볼 수 없을 것이다. 테하누로 보게 될 것이다. 외부의 시선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을 것이다.

과연 어떻게 될까. 그들의 미래가 궁금해지는데, 다음 책에서 이 책의 후일담 단편도 수록되어 있다고 하니 기대를 해보도록 하자.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