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 완전히 당해버렸다 ㅋㅋ 내가 이 책을 언제 샀더라? 하면서 펼쳤던 것이 한달쯤 전일까? 느긋하게 읽어보자는 생각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알고 보니 이 책, 6개월 대여였다. 한때 6개월 무료 대여로 풀린 적이 있어서 그걸 내가 받아뒀던 모양이다. 아슬아슬하게 시간은 흘러가는데 책을 끝까지 읽을 시간은 잘 안나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절반 쯤 읽은 상태에서 대여가 끝나버렸는데, 이대로 그만 읽을 수는 없었기 때문에, 그리고 책도 꽤나 좋았기 때문에(사실 책이 안 좋았으면 안 샀겠지.) 책을 구매해서 이어서 읽었다.

잠깐 책 이야기에서 벗어나서 리디북스 대여 / 구매 시스템에 대해 말해보자면, 대여한 책을 구매하면 그게 통합되는 게 아니라 각각의 인스턴스로 체크되는 모양이다. 그래서 덕분에 대여한 책에 그어놓은 줄들은 모두 날아가 버렸다. 제길..

책의 어미 코끼리가 새끼 코끼리의 엉덩이를 밀어주는 그림이 인상적인데, 정말 넛지에 대해 상징적으로 잘 표현한 그림이다.

넛지란 선택 설계자가 만들어둔 세상 속에서 그 선택을 좀 더 쉽고 편리하고 유용하게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경제 용어인 모양이다. 아무리 자유주의적으로 선택을 이끌려고 해도 사실 선택이 완전히 개인의 자유를 보장할 수는 없다. 더군다나 모든 것에 선택의 자유를 준다고 해도 그리 달갑지 않다. 이 책에서 나온 예지만, 와인을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선택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꼴이다.

이 책의 저자는 넛지를 활용하는 것을 자유주의적 개입주의라고 부르는데, 정말 상충되는 두 가지 단어를 섞어서 궁금증을 일게 만들었다. 뭐, 일견 맞는 말이다. 극단적인 자유주의와 개입주의 사이의 중도를 의미한다면 말이다. 최대한 자유를 주되 이로운 선택을 할 수 있게 넛지를 가한다. 그들이 말하는 자유주의적 개입주의자이다.

책의 구성은 뭐, 꽤 뻔한 구성이다. 1부는 인간과 이콘을 들며 인간은 이콘, 즉 완전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여러 요소에 좌지우지됨을 설명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여러가지 작은 예들을 설명한다. 정말 재밌다! 그리고 2부부터는 본격적으로 주제가 넓어진다. 2부는 돈, 3부는 사회복지, 4부는 다른 넛지들과 반론들에 대한 반론. 이렇게 책이 끝나게 된다.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사회현상에 빗대어 어떤 식으로 해결하면 유용할까 설명해둔 경제 서적인 셈이다.

책 자체는 너무 재미있고 흥미로웠는데, 꾸준히 계속 읽지를 못해서 아쉽다. 꽤 오래 걸렸네. 아무튼 단순히 ‘자유란 좋은 것 아닌가?’하는 막연한 생각만 가지고 있던 나의 머리통을 또 한 번 가격한 책이다. 정말 많은 것들이 얽혀있다. 세상은 단순하지 않다. 그 사실을 어렸던 나는 몰랐지. 자라면서 복잡함만 늘어나는구나.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