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날의 나는 복합적인 기능과 편의성에 대한 관점이 굉장히 협소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처음 만들었던 어플들은 UX적으로는 쓰레기나 다름없었다.. 좋은 제품이란 단지 좋은 프로그래밍 스킬만으로는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다. 물론 좋은 프로그래밍 스킬을 지금 갖추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일정 품질 이상의 어떤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복합적인 기능과 편의성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을 몸소 깨닫고 난 후, 나는 프로그래밍 이외의 것에도 관심을 가지기로 했다.

그 중 가장 크게 눈에 띄고 간편해보이는 것이 UX, 즉 사용자 경험이다. 만만해 보이지 않나. 그냥 내가 편한대로 만들면 다들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무척 직관적인 것처럼 일견 보이니까. 물론 세상 만사가 그렇게 간편하진 않다.

여튼.

그런 이유로 UX 관련해서 책을 한 권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딱 마음에 드는 책을 찾지 못하는 와중에 발견한 책이 이 책, 마이크로인터랙션이다. 마이크로 인터랙션이라. 무슨 의미일까. 마이크로가 붙은 걸 보니 정말 세심하게 UX를 컨트롤해 보겠다는 것일까.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뭐 어떻게 보면 맞는 말이었다.

저자는 마이크로인터랙션을 ‘딱 한 가지 일을 수행하는 하나의 사용목적을 가지며, 독자적인 앱이 될 수도 있고 복잡한 기능의 일부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정말 사소한 것(예를 들자면 버튼 오버 시 동작 같은)부터 큰 기능(앱의 모드같은)을 모두 아우르는 인터랙션을 일컫는다는 말이다. 마이크로라는 말이 단지 작다는 말이 아니라 디테일을 의미한다는 뜻이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사소하게 넘긴 많은 UX들이 사실은 생각과 고민의 산물이며 의도가 깃들어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인지했는데, UX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왜 필요한지를 절절히 깨달았다. 프로그래밍도 그렇지만 완벽한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목적에 따라 디테일을 절묘하게 조율해야 한다는 점이 엄청난 노력과 데이터와 고민이 필요한 듯하다. 이런 고민을 할 시간에 코딩이나 한줄 더 하고 싶다- 하고 은근히 생각하고 있는 나로써는 대단하게 느껴질 뿐. 직업의식이란 이런 것이다. 하나를 만들어도 꾸준히 고민해야 한다.

사소한 UX들에 대한 관점을 바꿔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었기에 참 즐겁게 읽었다. 주말간 천천히 읽었다만. 아무튼 뭐 하나 간단히 되는 일이 없다. ㅋㅋ 하나를 하더라도 결정에는 치열한 고민이 필수인 듯.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