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차근차근히 읽은 책은 정희진님의 혼자서 본 영화. 이 책의 모든 글들은 사실 이렇게 내가 독후감을 남기듯 정희진님이 영화 감상문을 차곡차곡 쌓아올려서 모아둔 글들을 추리고 추려 만들어진 것들이라고 한다. 그런 면에서 기록을 남긴다는 건 어떻게 보면 개인적인 책을 만드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을까. 나의 역사, 나의 기록이 남의 마음 속을 통과하는 기분은 어떨까.

아무튼 아쉬운 점이 있다면 모든 영화를 직접 보고 글을 읽지 못했다는 점이다. 뭐, 정희진님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영화를 꼭 보라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영화에 투영된 자신의 메세지를 읽어달라는 데 있는 것일테니까 그렇게 중요한 점은 아닐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의 생각과 타인의 생각을 비교하는 재미를 놓친 건 아무래도 아쉽지. 그나마 몇 가지 영화를 이미 봤기 때문에 마음의 위안이 된다.

요새 일주일에 영화 한 편 정도를 보는 것에 재미가 들렸다. 예전처럼 그저 킬링 타임으로 영화를 스윽 훑은 후 아 재미있었다 끄는 것이 아니라 넓어진 세상을 스크린에 빗대어 확인하는 것이 즐겁다. 정말 문화 컨텐츠는 자신의 세상이 얼마나 넓고 좁으냐에 따라 즐길 수 있는 범위가 너무나 다르구나.

정희진님의 책은 한 장에 한 줄씩 줄을 긋은 느낌이다. 책을 펼쳐보니 줄 그은 게 너무 많아서 스크롤이 정말 작구나.

정희진님은 정희진처럼 읽기 와 다르게 영화에는 ‘한 편의 영화가 내 안에 들어올 때’라고 정의했다. 과연 책과 영화는 어떤 점이 다른 걸까. 앵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단순한 이 문장 하나만으로도 여러가지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이 책을 보면서 이 책에 있는 영화들을 쭉 한번 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닌 듯. 앵도 그렇다고 했고. 덕분에 ‘외출’을 봤는데 이 영화도 나름 재미가 있었다. 잔잔하게 가족의 단위를 해체시킨다.

아무튼 요 최근들어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 따라 이 책도 즐거웠다.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