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도님의 10년만의 신작, 오버 더 초이스가 발매되었다. 뭐 일부러 덕질하고 정보를 찾아보지 않는 나로써는 이 책이 발매되었다는 사실조차 인터넷의 핫딜 게시판에서 알게 되었지만, 이영도님의 싸인본이라는 말에 귀가 솔깃하여 순식간에 구매하고 말았다. 나도 그래도 어릴 때는 드래곤 라자를 보며 꿈을 키웠으니까.

지금 생각하면 어릴 때의 나는 참 대단했다. 밤을 새워 드래곤 라자를 다 읽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었다. 그리 깊이 있는 독서를 하진 않았지만, 책 자체에 대한 거부감과 의무감은 없던 시절이었다. 상상력이 빈곤하진 않았던 모양이지. 그 내적 의미를 깊게 사유할 수 있진 않았고 그냥 주워 섬기며 지적 허영심과 상상력의 충족만으로 즐거웠던 시절. 그래도 그 때는 독서에 지금처럼 묘한 강박관념을 가지진 않았는데. 즐겁게 책을 읽지만, 즐겁지 않게 나를 채워넣으려는 이 감정을 지우고 그저 즐거움만 쫓던 어린 나로 돌아가 보고 싶다.

아무튼. 다시 오버 더 호라이즌으로 돌아가서.

이 책은 군대에서 처음으로 접했던 책이다. 책 사이에서 오버 더 호라이즌이라는 책을 발견했을 때, 그리고 그 책이 이영도님의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얼마나 즐거웠던지. 더군다나 내용도 나를 배반하지 않았다. 나는 중, 단편을 사랑한다. 이야기의 맺고 끊음이 확실하고 질질 끌리는 기분이 없어서. 불필요한 내용들로 이야기를 굳이 질질 끄는 것은 참 내 취향이 아니다. 개연성을 위해서..라고 말할 순 있겠지만.(물론 나도 그런 식의 글을 잘- 쓴다. 그래서 싫다.) 아무튼 오버 더… 시리즈도 만족스러웠지만, 핸드레이크와 솔로처의 연구실 단편들도 드래곤 라자의 편린이라는 점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드디어 거기에 이어서 다른 책이 나온 것. 그 만족스럽던 기억 때문에 구매를 안할 수 없었다.(결국 구매를 합리화하기 위한 글이 지금까지 이어진 셈이다.) 하지만 책을 읽은 지 너무 오래된 터라 내용이 가물가물. 작은 마을의 보안관의 이야기라는 정도밖에 형태가 남아있지 않았기에 책을 구매한 김에 이 책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다.

이번 신판은 내가 가지고 있던 구판(완전 초기판이다.)과 달리 에소릴의 드래곤과 샹파이의 광부들까지 실려 있다. 이 이야기들은 얼마 전에 e-book으로 읽었었는데 지금 찾아보니 독후감은 쓰지 않았네. 워낙 짧았으니 그러려니. 아무튼 그 때문에 기존의 책보다 분량이 더 많다.

목차와 줄거리를 짧게 한번 언급하자면

오버 더 시리즈 오버 더 호라이즌 - 보안관보 티르와 지평선을 넘으려는 악기 살해자 호라이즌의 이야기 오버 더 네뷸러 - ‘세상에 필요없는 것은 영웅, 현자, 성자. 세상을 굴러가게 하는 것은 바보, 멍청이, 얼간이.’, 세상을 굴러가지 못하게 된 마법사 이야기 오버 더 미스트 - 개양이와 그를 이용하려는 인간들의 암투 이야기

<어느 실험실의="" 풍경=""> 시리즈 골렘 - 인간을 기준으로 하는 오만함을 꾸짖는 골렘 이야기 키메라 - 남성과 여성에 대한 보수적인 고찰 행복의 근원 - 빛이 있으려면 어둠이 있어야 한다, 내가 있으려면 당신이 있어야 한다. <이영도 단편선=""> 에소릴의 드래곤 - 아저씨 기사와 늑대 인간과 공주와 사슴 인간 이야기 샹파이의 광부들 - 터널이 유개도로가 되는 이야기 뭐, 이 정도. 지금 보면 불편한 이야기도 있는데, 시대를 생각하면 감안할 수 있는 정도이지 않을까. 아무튼 주말간 이렇게 오버 더 초이스를 위한 준비작업을 끝냈고, 일요일은 초이스를 읽기 시작했는데, 반쯤 읽었다. 스토리는 이야기와 의미를 모두 품어야 한다는 내 생각을 더 굳혀주는 책이다.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