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 더 초이스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다시 읽기 시작한 이야기, 헤인 연대기의 하나, 환영의 도시를 다 읽었다. 예현이와 수성동 계곡에 가기 전, 카페에서 노닥거리면서 다 읽었는데 도저히 독서의 욕구를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이 책의 클라이막스 부분은 자극적이고 흥미로웠다.

이방인(소수자)로 모든 기억을 잃은 채 테라에 얼마 남지 않은 소수 부족들 중 하나에 발견되고 그들에게 테라인으로서의 지식을 얻고 사랑을 하고, 자신을 찾으라는 사명을 얻게 되는데 그가 테라의 믿을 수 없는 지배자, 싱들의 도시 에스 토치로 향하게 되는 이야기가 바로 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나는 ‘여행’이라는 것에 묘한 낭만을 가지고 있는데(아무래도 어릴 때 자주 읽은 환상 소설들과 게임들이 주로 선택한 유흥의 방식이 여행이기 때문이겠지.) 그렇기 때문에 이 책에서도 나도 모르게 낭만을 찾게 된다. 하지만 요새 읽는 많은 소설들의 ‘여행’을 다루는 방식은 고행에 가깝다. 현실적이다. 배가 고프고 괴롭다. 이 책의 소수자 팔크 역시 그런 고통들을 겪으며, 만나는 이들에게 타자화 되고 객채화 된다.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바로 여행의 주요 골자가 된다.

그의 여행은 솔직함을 무기로 시작하여 진실로 거짓을 때려잡으며 끝난다. 그를 둘러싼 환경은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거짓으로 둘러싸여져 있다. 그의 마음에 탐욕과 폭력성을 일으키는 에스트렐, 선택적인 정보만 받아들인 오르위, 거짓 마음이야기를 선별적으로 사용하는 아번디봇, 그의 마음의 틈을 노리는 켄 케넥. 하지만 책(노자의 도덕경)을 매개로 한 자신, 진실, 사라지지 않은 팔크와 그 몸의 원래 주인 아가드 라마렌은 그 몸을 공유하며 팔크 라마렌이 되어 그들의 거짓을 모두 꿰뚫고 타파하여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게 된다.

팔크의 존재에 대한 의문이 세계 구성의 의문으로 확장되고, 거짓이 허황되게 세계를 지배, 아니 발전을 저해하는 형태로 퍼져있는 모습은 거짓으로 도달할 수 있는 곳이 얼마나 한계가 명확한지를 조심스럽게 제시하고 있다.

아무튼 마지막 부근,

불이 확 타오르듯 살아남으려는 의지가 타올랐고, 그는 무시무시한 노력을 기울여 모든 역경을 뚫고 말없이 선언했다. ‘나는 팔크다!’ 곧이어 암흑이었다.

하고 사라지고 다시 나타나는 과정 후의 그 모든 작두를 타듯 불안한 정세는 내가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했고 결국 다 읽었다.

한숨과 함께 책을 덮으며 만족했다. 너무 재밌잖아, 제길. 그리고 내 지식의 한계에 아쉬워하며.

그래도 재밌었다. 헤인 연대기 꽤 많이 섭렵했네. 한 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