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
독서광이라고 뭉뚱그려 하나의 집단으로 표현하곤 하지만 그 집단의 개개인은 역시 개인인지라 개인만의 특색들을 가지고 있다. 그 집단의 하나로써, 그리고 그 집단의 공동체를 겪어보지 못한 아웃사이더로써 나와 일부이지만 그 집단이 내포하는 공통적인 특색을 가진 그들의 이야기를 보고 읽고 간접적으로 겪는다는 것은 참 신선한 기분이다. 물론 나와 다른 점, 개인만의 특색까지 함께 겪을 수 있으니 더욱 재밌다.
이 책의 제목이 일단 재미있다.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마치 리누스 토발즈의 ‘리눅스 그냥 재밌게’라는 책이 생각나는 제목이다. 어떤 특수한 목적을 가지고 행하기엔 너무 재미있다. 즐겁다. 그냥 숨쉬듯이 해냈다. 그런 의미다. 자신의 활동에서 오직 재미만을 추구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이 역시 어떤 교집합이 있지 않나? 문자와 0, 1로 이루어진 이진수라는 정말 큰 갭 사이에서도 교집합을 찾아낼 수 있는 그들. 매니아라고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의 구성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어져 있다. 1부 생각, 2부 대화, 3부 목록. 생각은 책에 대한 이동진 그 개인의 생각을 말 그대로 풀어놓았다. 독서의 기준과 방법과 즐거움과 양식과 장소 등. 그 개인의 기호를 맘껏 풀어놓았는데 나와 겹치는 부분이 상당히 많은 것은 독서광이라는 교집합을 공유하는 사람으로써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책을 고르는 것만으로도 독서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해주는 그의 말에, 그리고 완독에 대한 부담감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는 그의 말에, 어려울수록 좋은 책이라는, 속독법을 가질 필요 없다는 그의 말들에 상당히 위안을 받았고 그게 이 책의 인상을 크게 상승시켜 주었다.
아무튼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굉장히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나와 닮은 어떤 것을 발견하는 것은 재미 그 이상의 것이다. 그가 ‘대화’에서 나눈 이야기를 발췌해 오자면 ‘쾌락’이다.(그는 습관에서 오는 재미를 행복이라고 정의했다.)
2부 대화는 이다혜라는 씨네 21 기자와 인터뷰? 대화?한 글인데 반 정도는 앞의 이야기의 답습이고 반 정도는 이다혜 기자의 통찰력 있는 질문에 대한 흥미로운 답변이다. 타인의 생각과 자신의 생각을 비교하는 것, 토론하는 것이 비판하는 독서의 시작점이라고 하는데 그 둘을 동시에 하게 된 나는 대체 뭘 한 것일까?
3부는 이동진님의 근현대 추천 도서들이다. 고전은 너무 많은 추천 목록이 있으니 자신의 추천은 의미가 없을 것 같더란다. 일견 맞는 말이다. ㅋㅋ
오늘 아침에 살짝 들었다가 쉼 없이 읽었다. 막힘 없이 읽히는 것이 꼭 좋은 책은 아니라고 했는데, 그럼 그 문구를 읽은 바로 그 당사자(당사서?)는 너무 쉽게 읽힌 것 아닌가? 이봐요, 뭐라고 말 좀 해봐, 책.
재미있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