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톨스토이 단편선 포켓북
요번 시즌의 영어책이 또 끝났다. 중고 서점에서 저렴하게 주워온 책, 톨스토이 단편선이다. 기왕이면 이야기가 재미있는 책으로 영어 공부를 하고 싶다는 욕구가 반영된 구매였는데다가 이야기를 읽지 못하면 힘드니까 한글 번역이 달려있는 책으로 한번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뭐, 결론적으로 말해서 괜찮았던 거 같기도 하고. 아무튼 끝까지 제법 빨리 끝내기도 했고(생각보다는.. 이란 의미다.) 쉽게 정답을 확인할 수 있으니 크게 괴롭지도 않았다. 본질은 영어니까 괴롭긴 한데 지금까지만큼은 아니었다-는 의미다. 나니아 연대기 / 루아 이 두권과 비교하자면-이라는 의미이다.
영어 공부용이었다는 것과는 또 별개로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 역시 처음으로 읽었던 터라 흥미로웠다. 책의 구성은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와 ‘바보 이반’ 이 두가지 단편으로 이뤄져 있다.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인간으로써 갖춰야 하는 것들을 기독교적 관점으로 풀이하여 쓴 내용이었는데 찾아보니 기독교 교육용 이야기라고 봐도 무방한 듯하다. 어떤 의도를 가진 이야기는 아무래도 작위적인 부분들이 있게 마련인데 이 이야기 역시 정말 극단적인 요소들을 극대화시켜 읽는 사람을 자극한다. 인간에게 무엇이 있는지(사랑), 인간에게 무엇이 주어지지 않았는지(자신의 육체에 무엇이 필요한지 아는 능력),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지(자신에 대한 보살핌이 아니라 사랑으로)를 구하는 미카엘에 대한 이야기인데 결론은 사람은 사랑으로 살아야 한다. 그것도 남에 대한. 그게 바로 신이다. 뭐 대충 이런 이야기다.
‘바보 이반’은 저자의 생각이 더 많이 반영된 이야기다. 톨스토이는 노동에 대해 무척이나 긍정하고 노동하지 않는 삶을 부정하는 모양이다. 그는 엘리트면서도 그 자신을 노동자, 농부로 치환하고 싶어했다. 그 신념을 이 이야기에 가득 채웠다. 전쟁과 자본을 극적으로 까내리면서 말이다. 그 자신의 태생을 거슬러 그렇게까지 생각할 수 있다는 건 어찌 보면 대단하고 어찌 보면 오만한 듯하다. 그가 하층민인 농부들의 삶을 완전히 이해했다고 할 수 있을까? 약자 입장에서 그들을 대변하겠다고 나서고 그처럼 행동하고 싶어하는 톨스토이의 행동은 마치 강자의 유희처럼 보이진 않았을까. 그래도 태생에 머무르는 것보다는 행동하는 것이 훨씬 훨씬 훨씬 긍정적인 것은 당연하다.
뭐, 아무튼. 원래는 영어 공부를 위해 읽었으니 영어 공부에 대한 피드백으로 내용을 마쳐볼까. 아무래도 바로 옆에 한글이 있으니 힘들때는 한글을 먼저 읽고 영어를 읽을 때도 잦았다. 그게 문제였긴 하지만 그래도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지금은 다시 개발자 영어를 보고 있다. 문법을 다지고 다시 원서에 도전해봐야지.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