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게임을 만들면서 느낀 점. 게임 디자인, 기획이라는 게 그렇게 만만히 볼 것이 아니구나. 내 뇌에서 재미있는 것이라고 꼭 구현되어서 재미있는 것은 아니구나. 복합 예술이라고 불릴만 한 장르이다. 하는 것이다.

기획을 정말 많이 만만하게 보는 경향이 있었다. 내가 하는 일이 아니니 그 업무에 대해 깊이 있게 알기가 정말 힘들다. 색안경을 끼고 본다는 게 바로 이런 것이겠지. 내가 그 업무에 대해 ‘간단하다’고 평할 때 그들도 나의 업무를 ‘간단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지. 해달라는 대로 만들기만 하면 되잖아? 코딩? 뭐가 어렵나?

뭐 아무튼 그 때문에 기획에 대한 갈증도 상당했다. 사람이란 자신의 시선으로만 세상을 바라볼 뿐이니까.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0과 1이 오밀조밀 들어차 있을 뿐 세상은 없었다. 그 때문에 회사에서 나뒹구는 수 많은 책 중 이 책을 한번 집어올려 보았다.

저자는 여러가지 경험이 있는(서커스부터 디즈니랜드, 툰타운을 아우르는) 노련한 기획자이다. 이 책이 연식이 좀 있으니 아무래도 지금은 더 노련하지 않을까? 아무튼. 이 책을 집필할 때도 충분히 넓은 시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은 여러가지 방면에서 디자인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준다. 게임의 주요 판매층부터 흥미 곡선, 게임 개발 중의 커뮤니케이션과 투자를 받는 것까지 정말 모든 걸 다 조금씩 아우르며 게임이란, 특히 상업 게임이란 어떤 것인가, 개발을 하는 건 어떤 걸 고려해야 하는가를 심도있게 관찰할 수 있게 해준다.

물론 팔려야 하기 때문에 고전적인 시각으로 남녀를 구분한다던가 인간관계론을 강조한다던가 하는 부분이 있긴 한데 대중이란 너무 급진적인 것을 좋아하지 않는 법이니까.

아무튼 정말 오래 꾸준히 조금씩 천천히 읽었다. 기억에 남는 건 잘 기억해 두어야지. 렌즈 라는 이름으로 주요 내용들을 요약해 줬는데 가끔 개발이 막힐 때 봐봐야겠다.

재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