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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ckAttacker의 현재 버전 스크린샷

시작 글

아무래도 지금까지 개발 일지라는 걸 써본 적이 없기 때문에 많이 어색하다. 지금까지 많은 시간동안 취미로써의 개인 개발을 해왔지만 사실 개발만 하기에도 바쁜 시간들이었기 때문에 이걸 꼭 기록으로 남겨야 하나? 하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록이라면 어차피 git에 올리니까 git history로도 남기도 하고.

그럼 왜 이렇게 개발 일지를 시작하게 되었느냐고 하면, 음. 조금 조급해졌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개발도 하고(아트, 프로그래밍, 기획을 모두 포함하니 이 얼마나 방대한가.) 그러면서 개발 일지도 쓰는데 나는 개발만 해도 이렇게 벅차다니. 남과 비교하는 것만큼 우악스럽고 나를 압박하는 데 완벽히 기여할 수 있는 방법도 없겠지만 인간인 이상 그럴 수밖에 없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지금 개발하고 있는 게임들의 개발일지를 일주일에 한번씩 써보기로 한다.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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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한 날짜. 생각보다도 오래 됐다.

시작일은 작년 5월 29일로,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6개월 정도를 생각하고 있었다. 장르는 3-match처럼 블록을 터뜨려서 하는 퍼즐 게임. 뿌요뿌요 던전 같은 형식으로 만들어서 스토리도 조금 가미하면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가벼운 마음가짐이었다. 하지만 게임 개발이라는 게 늘상 그렇듯이 지금에 와서는 그렇게 간단한 게임이 아니게 되었지만.

코딩은 평일에 커밋 한 두개 정도. 이 정도만 해도 한두시간은 잡아먹으니까. 더군다나 이상하게 올해부터는 하루에 두 가지의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올 초에는 외주로 만들었던 DDR 프로젝트.(다행히 완성했다. 포스팅을 해야 할텐데.) 그리고 지금은 친구들과 함께 시작해서 결국 나만 남은 공포 프로젝트.(거의 끝나간다!)

엔진을 코로나SDK로 선택한 이유는 개인적으로 루아에 관심이 있기도 했고, 음. 사실 그게 전부다. 이상하게 루아에 대한 관심이 컸는데, 아무래도 C 언어에 쉽게 부착할 수 있는 글루 언어라는 점이 나의 흥미를 심히 자극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WOW 이후로 급격히 올랐던 인기가 어느 순간 거품이 꺼지듯이 사라져 버렸는데 주류에서 비주류로 갑작스럽게 추락하는 이 언어를 나라도 구원해줘야 겠다는 당찬 포부도 있었고.(정말 오만하다.) 코로나 역시 한때는 꽤 관심을 받았던 거 같은데 이제 와서는 국내 사용자도 거의 없는 상황인지라, 역시나 비주류라는 느낌 때문에 선택한 것 같다.(오만에 오만 끼얹기.)

지금에 와서는 LOVE 엔진을 쓸 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조금 드는데 코로나는 모바일 전용인 터라 다른 방향으로 전개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뭐 그래도 만족하며 코딩하고 있다.

결국 이렇게 개발 일정이 질질 늘어나면서 기존에 만들던 게임이 완전히 Holding 되었는데, 이 이야기는 나중으로.

아무튼 그렇게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점점 몸집을 불려나가서 아직도 프롤로그 부분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나는 스토리가 없는 게임은 앙꼬 없는 찐빵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스토리를 녹이기 위한 시스템에 공을 들이기 시작했는데 그게 생각보다 시간을 너무 잡아먹었다. 그리고 그래픽도 계속 만들어 나가다 보니 이전에 찍은 나의 픽셀 아트가 너무 마음에 들지 않는 통에 갈아엎기를 몇번이었는지. 지금과 비교하면 초기 그래픽은 정말 처참했지.

하다 보면 실력이 늘게 되어있다는 점은 정말 확실하다. 루아도, 픽셀 아트도 결국 이제는 꽤 제 수족처럼 부릴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당연히 손발을 쓸 수 있다고 절묘한 트릭을 써서 멋들어진 마술을 할 수 있다거나 메시같은 드리블을 일사천리로 해낼 수 있는 건 아니다. 아기가 걷게 될 때 받는 찬사를 이 나이 때 받으면 안되겠지. 부족하다, 부족해.


게임에 대해

전형적인 RPG 게임에 전투 방식을 퍼즐 블록(퍼즐이라고 하기엔 좀 민망한 감이 없잖아 있다.)으로 처리하는 방식으로 개발하고 있다.

사실 처음의 아이디어는 심플했다. 내 캐릭터에서 적 캐릭터 쪽으로 같은 색의 블록을 이으면 공격이 되고 내 캐릭터와 적 캐릭터를 사이에 두고 가로지르는 같은 색의 블록을 이으면 방어가 되는 시스템으로 전투 비슷한 감각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뭐, 그랬는데 겨우 아이디어 가지고는 재미를 쉽게 만들어낼 수 없었다.

꽤 많은 아이디어를 생각해서 적용해 봤는데 거의 다 폐기되고(하지만 코드는 남아서 내 현재 코드들 사이사이를 오염시키고 있다.) 결국 처음의 아이디어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번에는 정말 재밌을거야! 하고 생각하고 있는 아이디어가 아직까지도(!) 남아있는데 그걸 적용시키기는 과정은 나중의 개발일지에서.

스토리를 중요시 여기는 내 취향은 이 심플한 게임에도 침투해서 결국 RPG 형식을 갖추게 되었다. 그냥 대사 스크립트 몇 개로 처리하기엔 나의 연출력도 아이디어도 부족하다. 사실 RPG 외에는 상상하기 힘든 나의 조악한 상상력 때문일지도.

다시 한 번 줄여서 말해 보자면 내가 지금 개발하고 있는 게임은 전형적인 JRPG 게임 형식에 단순한 턴제 전투가 아닌 블록을 사용한 턴제 전투를 가미한 방식이다.


맺음 글

처음 생각과는 다르게 1년을 넘게 개발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게임은 서두라니. 욕심을 너무 부리는 걸까. 하지만 전업으로 개발하는 것도 아니고 취미일 뿐이니까 너무 통탄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이상의 퀄리티를 뽑으려 하니 욕심이긴 하다.

개발 과정은 앞으로 주말에 한 번씩 올려보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