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서브 텍스트 숨어있는 의미 어떻게 쓸까
이번에 이사 온 명동의 앞은 정말 시끌벅적하다. 발을 조금만 떼어도 여기 북적, 저기 북적. 사람이 많이 몰리다 보니 역시 갈만한 곳이 많은데, 명동역 쪽 지하상가는 옛날 화폐, 우표, LP판으로 그 옛날의 추억(나에게는 그저 신기할 뿐인 유물이지만)을 가득 쌓아놓고 있고, 저쪽 번화가에서는 뷰티 상품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가득하며, 대로 쪽 CGV는 특이하게도 ‘씨네 라이브러리’라는 영화 관련 서적을 모아둔 공간이 있다.
어제 앵련이랑 스타 이즈 본을 보러 가면서 그런 곳이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가장 마지막 시간대이다 보니 마감을 했었다. 다음 기회를 기약했는데, 그 다음 기회가 바로 다음 날인 오늘일 줄이야. 데려다 주러 나와서 명동역 부근에서 시간을 끌다 보니 어느새 갈 곳은 그 ‘씨네 라이브러리’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입장이 꽤나 까탈스러웠는데, 최근 본 영화 예매권이 있으면 공짜라는 말에 CGV 앱을 한참이나 뒤적거려야 했다. 가방도 캐비넷이 맡기고 들어가야 했고.
사족이 길어지는데, 아무튼 이렇게 길고 긴 사연을 거쳐서 오늘도 책 한권을 뗄 수 있었다. 영화 관련 책이라고 하면 언듯 영화 원작 책 정도가 생각이 났었는데, 막상 가니 아트북 하며, 내가 지금 읽은 이런 작법서 관련 류까지 범위는 꽤 넓었다. 이 책 바로 이전에 읽은 시나리오 책처럼 아직까지 영화의 네러티브적 면에, 그리고 메타포, 미장센 같은 그 숨겨진 이면에 관심이 남아있던 터라, 그리고 요새 정말 열심히 영화를 보고 있던 터라 내가 고른 책은 역시 그 영역에 맞닿아 있다.
서브 텍스트란 텍스트의 은유를 일컬었다. 텍스트가 직접적인 정보의 제공이면 서브 텍스트는 말과 행동, 배경, 심지어 장르까지 포괄하여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주제를 말한다. 좋은 이야기는 직접적으로(즉 텍스트만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 이 모든 숨겨진 의미들이 하나의 의제를 가리킴이 명백해지면 회의 탁자 위로 그 주제에 대한 격렬한 토론이 이루어지는 법이다.
이 책은 꽤 얋았고 그 때문인지 서브 텍스트의 예시로 가득 차 있을 뿐이었지만 그 예시들 속에서도 역시나 어떤 영감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 예제라는 것이 역시나 영화의 한 단면이었기 때문에. 나의 글에서 직접적으로 나타나는 그 어떤 언어들은 모두 그 예시들 앞에 고개를 숙였다. 이 얼마나 조악한 글인지.. 흑..
아무래도 앉은 자리에서 한번에 후다닥 읽어야 했기 때문에 얇은 책을 고르긴 했지만, 그런 것 치고는 꽤 재미있었다. 서브 텍스트의 그 자연스러운 녹아듦이 이야기를 얼마나 풍성하게 만드는지, 갈등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template 함수 마냥 찍어내는지.
좀 속독(내가 하는 속독은 야매의 느낌이 물씬 나지만..)했지만, 아무튼 완독! 재미있었다. 영화와 게임이 맞닿아 있는 그 지점을 지향한다. 그 생각이 더 견고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