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은 간만에 책을 한 권 읽어야 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주말마다 이번에는 무엇을 해야지, 하고 오롯이 하나에 집중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 주말이 내 생각처럼 마냥 길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다음에 무엇을 해야지.. 하고 정해뒀더라도 시간은 무심하게 흘러 벌써 새벽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아무튼.

이번에 읽은 책은 ‘피, 땀, 픽셀’. 몇몇 게임들의 제작 비화를 꽤 디테일하게 다루고 있는 책이다. ‘픽셀’이라는 단어 때문에 아무래도 2D 게임만 다룰 것 같은 인상이 있었으나 부제 ‘트리플 A 게임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라는 문장으로 그 인상을 성공적으로 지워냈다.

간단하게 읽을 수 있겠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마음을 조금 리프레쉬 시키는 데 꽤 안성맞춤으로 보였다. 이전에 플랫폼 레볼루션을 구매하면서 함께 산 책이었는데 이번에 책 목록을 뒤지면서 아, 샀었지! 가볍겠다! 읽어야지! 하는 빠른 생각의 조류를 타고 책을 펼쳐냈다.

책은 성공적인 게임들의 개발담을 그저 스윽 훑듯이 빠르게 스쳐 지나갈 것처럼 보였다. 아, 나도 힘내야지 하는 기분을 적당히 끌어낼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나는 두 가지를 잘못 생각했는데, 첫 번째로 이 책은 성공적인 게임만을 다루진 않았다. 마지막의 스타워즈 1313 관련한 내용은 개발사의 입장이란 것이 게임에 얼마나 치명적인지, 게임 회사가 게임만으로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처절함을 글로 더욱 처절하게 풀어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책은 스윽 훑듯이 빠르게 여러 게임을 관망하진 않았다. 꽤 디테일하게 여러 개발자들을 찾아다니며 개발 비화를 긁어내 모아두었다.

읽고 나서 든 생각. 나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게임을 해보았는가. 이름만 아는 게임들, 이름도 처음 듣는 게임들이 나오며 게임을 만드는 사람으로써 부족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열심히 한다고는 생각했는데 세상에는 내 ‘열심’보다 많은 게임이 많은 피와 땀을 머금고 흘러나오고 있다.

그리고 나의 오만함에 대한 자책. 너티독의 스트랠리와 드러크먼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같은 영화를 보면서 왜 비디오게임은 하나같이 감정선이 거칠고 투박한지 의문을 품었다’고 한다. 정확히 나의 의문과 일치한다. 그러면서 내가 만든 게임의 스크립트는 오롯이 말로만 풀어내려고 하지 않는가.. 연출과 감정선들은 나의 고사리손으로는 불가능해 하며 조심스래 모른척 미뤄두면서 말이다. 나의 나태함에 채찍을 때리는 말이었다.

재미있었던 부분은 인디 게임(2D 게임으로 귀결될 것이다)을 제작한 사람들은(스타듀밸리와 셔블 나이트가 이 책에 등장한다.) 완전히 게임에 올인하여 성공을 일궈냈다는 점이다. 과연 게임에 투자되는 비용과 비견되는 것을 걸었다고 볼 수 있다. 인생을 걸다. 정말 멋있네. 나에게도 그런 용기와 결단력이 있을 수 있을까?

재밌네.. 주말을 그래도 조금은 생산적으로 보낸 느낌이라 더 좋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