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점이라는 공간을 정말 좋아한다. 아니, 사랑한다. 책이 가득차 있는 공간의 분위기와 냄새, 그리고 사각 사각 넘어가는 종이소리. 공간은 기억을 대변한다. 어릴적, 게임 잡지를 한권이라도 사보고 싶어서 명절날 후에는 얼쩡거리며 이달의 부록 CD를 흘끗 흘끗 바라보던 기억,(우리 나라 게임 역사로는 애증의 시대였다만.) 그리고 한창 할리퀸 소설, 일본 소설에 빠져 있을 때는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르기 위해서 정말 심사숙고하며 책 날개를 파라락 펼쳐보던 기억. 아마 내가 서점을 좋아하는 이유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노스텔지어에 절은 채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런 이유로 나는 가끔 서점을 운영하면 어떨까 하며 미래를 그려보곤 한다. 내가 원하는 책만 골라서 파는 편집 서점. 조용히 그려보고 있자면 유유자적하게 책을 넘기며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책들만 디스플레이 해놓은 서점을 서성이며 먼지를 터는 모습이 물 위에 사뿐이 올라가 있는 나뭇잎처럼, 서서히 가라앉는 깃털처럼 마음이 푸근하고 가벼워진다. 앵에게 농담처럼 말하는 앵품점의 한켠이라면 말할 것도 없을 것이고.

그러니 작은 가게, 그것도 서점에 관한 책이라니 한번쯤 훑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을리가.

하지만 글쓴이이자 게이분샤의 점주인 호리베 아쓰시는 동네 서점에 대한 이모저모를 이 책에 가득 실어 놓았는데 그 내용들은 푸근하고 가벼워진 나의 마음을 살짝 눌러주는 중대한 역할을 해주었다. 역시나 자영업은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상상만큼 쉽게 된다면 내 게임도 진작에 완성이 되었을테지.

게이분샤 라는 서점은 책을 읽기 전에 내가 생각하던 그런 정말 작은 동네 서점같은 분위기는 아니었다. 2010년에 영국의 가디언지에서 발표현 세계 10대 서점 중 하나로 꼽힌 꽤 명망 높은 서점이었는데, 서점 뿐 아니라 잡화, 공연, 전시 등을 아우르는 복합 공간의 느낌이 강했다. 크기 면에서는 예상을 벗어났으나, 결과적으로는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소상공인의 공간과는 굉장히 근접해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즐겁게 읽어나갈 수 있었겠지.

그는 끊임없이 공간의 특색을 언급한다. 그가 처음 발을 들였을 때, 일하는 사람들 각각이 꾸린 서가들이 특색이 공간의 특색을 만들고, 온라인 숍이 그것을 광고하며 살 방안을 마련하게 된다. 그리고 갈수록 기호품으로써의 책의 수입이 적어지자 잡화, 전시 등으로 공간의 특색을 강화시킨다. 그것은 게이분샤의 특색으로써 굉장히 깊게 아로새겨지며 사람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지게 되는 원천이 된다. 그렇게 게이분샤는 인터넷에 수많은 기록이 남는 유명한 서점이 되어간다. 영화관이 사라진 후 ‘수명을 다한 상업 시설에 관해 기록한 문헌이 많지 않다는 데에 실종의 쓸쓸함마저 느껴졌다’고 말한 그의 마음은 이로써 조금이나마 채워졌지 않을까.

그의 지론이 여러모로 펼쳐지는데, 이래저래 생각할 그리고 반박할 부분들을 생각하는 게 즐겁다. 단골은 주주이며 주주의 영향력이 크면 배타적이 된다고 하면서도 고객과의 대화에 실패한 서가의 변화는 변덕과 독선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 중심을 맞추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입을 떼지 않는다던가, 맵 러버와 맵 헤이터로 설명하는 노마드스러운 자신의 성향, 발로 뛰어서 유행을 늘 알아보는 점 등은 인터넷이 잘 되어있는데 왜 굳이?라고 생각했다가

웹 검색이 ‘무언가를 알기 위한’ 가장 빠른 방법으로 부상한 지난 10년 사이, 관심 없는 것들을 접할 기회는 참으로 귀해졌다. 그러니 자기 안의 ‘검색 키워드’를 늘리지 않으면 살아 숨 쉬는 서가를 만들 수 없다. - 166p

같은 글을 보며 납득하기도 했다.

아무튼 서점을 운영하는데도 그만의 스토리가 필요하다는 점이 참 재밌다. 스토리. 내가 너무나 중요시 여기는 흥밋거리이자 어떤 종착 지점이다.

점을 선으로, 더 나아가 면으로 만들어 보이면서 단순하지 않은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 동네 서점의 생존을 위한 돌파구라고 생각합니다. - 197p

서점 뿐 아니라 주위 환경까지 고려하며 스토리텔링을 말하는 그의 지론에 고개를 끄덕이며 책을 덮었다.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