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책을 읽는 방법에도, 그리고 그 정리법에도 꽤나 요령이 붙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왜 그렇게나 시간 떼우기의 연장선상으로만 책을 대해 왔을까, 나의 그 후안무치함에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책읽기라는 행위가 가지는 그 복잡함은 오묘하다. 정말이지. 왜 정말 그 동안은 그렇게 헛되히 독서를 해왔을까.

이번에 읽은 책은 ‘웹소설 작가 서바이벌 가이드’라는 책이다. 웹소설에 대해선 학생 때나 고찰해 보던, 나에게는 진부한 주제라고 생각했었는데 요 최근 플랫폼 관련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다 보니, 그리고 그런 주제를 또 자주 대하다 보니 어느 순간 그 사용층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오롯이 사용층에 머물러 있었던 내 학창시절과는 다른 입장에서 외부자의 눈으로 그 시장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 또 재미있을 듯했고, 과연 과거의 내가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던 부분은 어떤 부분일까 궁금하기도 했으며, 지금 시장의 현황은 어떨까 등. 장르 문학에서 꽤 오래 발을 떼고 있었기 때문에 여러 부분이 궁금했다. 그리고 웹소설의 출판화(고전적인 책으로든 전자책으로든)는 언젠가는 한번 도전해 보고 싶은 분야이기 때문에 더 실질적으로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장 큰 궁금증이 한 몫을 했다.

어느 순간 숨을 멈추고 책을 읽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장르문학에 대한 폄하를 내 속에 품고 있었던 그 편협한 시각을 저자가 쉴새 없이 깨부수고 있었기 때문에 가슴에 통증이 올 정도다. 나에게 장르 문학, 웹소설은 내 어린 날의 치부, 그리고 나의 과거를 의미하는 장르였다. 오랫동안 내 속의 근간을 이루고 있었지만 그 때문에 어리고 부족한 것으로만 인지했고, 철옹성이 되어갔다. ‘그들은 어리석다’라는 생각으로 변질되는 것은 시간 문제가 아니었을까.

하지만 저자는 장르 문학의 번성이 ‘욕망’과 밀접하게 관련있다는 점을 콕 찝으면서 사회 구조의 문제가 만들어낸 시장임을, 그리고 그런 욕구를 ‘어리석음’으로 퉁칠수 없다는 점을 끊임없이 언급한다. 저자의 장르들에 대한 원초적인 갈망에 대한 해석도 무릎을 쳐댈 정도로 흥미로웠고. 로맨스의 굴복하는 거친 남성이라는 상반되는 개념이 합쳐진 환상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여감 없이 드러나는 저자의 통찰력에 놀라고 말았다.

물론 그런 사회 구조적인 문제만 제시하는 책은 아니었고, 책은 웹 소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독자들의 작품을 선별하는 기준과 욕망, 멘탈 케어나 지속하는 힘 같은 자기개발과 플랫폼 선택법, 계약 시 유의사항 등 작가 지망생들에게 현실 밀착형의 여러 가지 정보를 제공해준다. 워낙 트랜드의 변화가 빠른 요즘인지라 이 내용들의 어느 정도가 아직까지 통용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내용을 관통하는 중요 요소들은 분명히 뼈와 살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저자의 통찰에 대한 노력에는 절로 숙연해진다. 성공이란 그냥 앉아서 구할 수는 없는 모양이다. 시장성 조사는 기본으로 깔고 가는 것.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정보 조사 능력이다.

내 편협한 시각이 완전히 깨져서 바닥을 어지럽혔다. 그 조각들을 치우기 위해서는 또 부산스럽게 청소를 해야 할 듯 하다.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