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책부터 하나 하나 정리해가야지 싶어서 얇은 책을 또 우선 손에 쥐어 보았다. 전에 읽은 책이지만, 무척 대충 읽었던 듯한 기분이 가시지 않는 책, 공부책이다.

제목이 참 직관적이다. How To Study, 공부책. 맥락이 그래도 잘 맞아 떨어지는데다가 공부책? 궁금증을 유발하는 것이 잘 지은 제목이라는 느낌이다.

아무튼 얇은 책인데다가 이제 정말 공부를 각 잡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던 찰나, 그리고 하나를 하더라도 좀 더 집중해서 해야지, 즉 공부와 지극히 일치하는 마음가짐을 또 한번 다지는 와중에 눈에 밟힌 책인지라 상황이 잘 맞아 떨어졌고, 그렇기 상황에 따라 읽은 책이지만, 생각보다 정말 좋았다. 이전에 읽었을 때의 ‘당연한 말이잖아? 에잉’ 하며 슥슥 읽었던 지점들 하나 하나가 이제 와서는 다르게 읽혔다. 그건 아마 내가 그래도 조금 더 성장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야 할텐데.

다르게 읽혔다는 이유 중 하나는 안타깝게도 글 하나 하나가 나의 약점을 정밀하게 핀셋으로 집어내듯 했기 때문이었다.

질문, 논리력, 의심 등을 언급하며 문제에 다면적인 접근을 정말 집요하게 요구하는데 나는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그 지적 활동에서 즐거움을 느끼기 이전에 두통부터 느꼈으니까.. 이제는 달라져야지 하는 지점이다. 정말로. 정말로.

논리학이 꽤 와닿았다.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되는 거 아닌가? 하며 놀면서 수업을 들었던 논리학 수업이 생각난다. 그리고 시험은 완전히 처참하게 망했었지. 논리학을 대체 왜 배워야 하는거야? 에서 논리라는 게 핵심에 접근하는 데 필수불가결하구나. 하는 방향으로 생각의 화살표가 바뀌었다.

책의 저자를 의심하라는 말이 재미있다. 좋은 책, 나쁜 책 구별 없이 마구잡이로 읽었던 것도 불과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저자까지 의심하며 책을 읽어야 한다. 실제로 그렇게 하려고 부쩍 노력하던 중이어서, 마음을 또 한 번 다잡는다.

독서 모임 중 우철이 형이 ‘팩트 체크’를 유난히 강조하던 점이 이 책의 부분, [부주의한 저자도 많고, 전혀 신뢰할 수 없는 저자도 있으며,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하는 저자도 있다. 완전히 엉뚱한 사실을 바탕으로 견해를 내놓을 뿐 아니라, 통계 수치와 같은 단순한 사실조차 엄청나게, 때로는 일부러 왜곡하는 일도 적지 않다.] 라는 글과 닿아있는 것도 재미있는 부분. 역시 공부란, 학습 능력이란, 습관의 문제인 모양이다.

공부에 대해 다면적으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책이었다. 얇았지만 깊었다. 재미있었다. 이렇게 또 한 권의 정리가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