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머니볼
언젠가는 한번 봐야지 하는 영화였는데, 결국 독서 모임을 통해 책으로 먼저 접하게 되었다. 머니볼. 무슨 의미일까. 이름만으로 유추하자면 돈과 연관이 있을 것 같은데. 그리고 실제로 연관이 있었다. 자본주의 내에서는 어떤 것이든 돈과 연관이 없을 수가 없는 것이다.
머니볼이란 이런 것이었다. ‘세이버메트릭스’라는 빌 제임스가 주창한 내용이 주를 이루는 개념을 통해 과소평가 되는 선수의 능력치의 평가를 끌어올려 최소한의 금액으로 최대한의 성능을 뽑아내는 것.
그게 무엇이든 선구자들이 행한 것은 너무나 간단해보이게 마련이다. 최초로 그것을 생각해내는 머리와 최초로 그것을 하는 용기. 세상에 대항하기 위한 복합적인 능력을 필요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빈이 폴을 데리고 있었듯이 다들 팀 단위로 서로 서로를 보완하는 것이지 않을까.
야구에 대해 무지했기 때문에 책을 읽는 게 굉장히 오래 걸렸다. 이 책의 주 쟁점인 출루율조차 대체 무슨 확률인가 찾아봐야 했을 정도이니 말해 무엇할까.
출루율. 사실 저평가 되는 무언가도 시간이 지나면 정당한 가치로 판단되게 마련이다. 이 책의 비유를 빌리자면 마치 주식처럼. 지금의 출루율은 굉장히 중요한 능력치가 되었고 따라서 머니볼에서 따질 수 있는 가치가 아니게 되어버렸다고 한다. 과소평가 되는 새로운 주를 찾아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과연 이미 새로운 개념으로 인해 판이 한번 흔들린 곳에서 그만큼 파격적인 어떤 것을 발굴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보면서 닷넷 버블을 떠올린 것은 그다지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다. 닷넷이 뜨기 시작하자 너도 나도 컴퓨터의 세계로 입문한 사람들. 빌리 빈이 ‘세이버’라는 불합리한 점수 체계를 역이용하여 마무리 투수의 주가를 조작하여 비싸게 팔아먹는 등으로 활용한 것을 보며 깊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그런 것이다.
내 입장에서는 책이 미묘했다. 미묘하게 미묘했다. 야구에 대한 관심이 크게 없었던 것이 한몫했고, 전형적인 자기계발서의 냄새가 심각하게 났다는 점이 한 단계 그 급을 낮췄다. 경영서적이라고 본다는 시각은 생각하기 힘들었던 것이 경영서를 내가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는 것이다.
뭐, 그래도 ‘현재에 머물지 말라’, ‘새로운 시각을 가져라’ 등 좀 미묘한- 교훈을 남겼으며 야구에 대해 조금이나마 지식과 관심이 생겼으니 즐거운 독서였다고 할 수 있겠다.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