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식은 좋지 않아. 그렇게 되뇌면서 이 책을 집어들었다. 읽어야 할 책이 잔뜩 쌓여 있지만, 아무튼 읽고 있는 책부터 끝내야 했다. 그 수많은 책 중, 그래도 메인으로 읽고 있는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공부가 되는 글쓰기. 그 이름에 혹해서, 그리고 목차만 슬쩍 보고 충동적으로 질렀던 책이다.

일단 제목이 나의 목표와 일견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다.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는 없겠지만, 일단 읽고 나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될 것이다. 공부란 결국 그 목표에 대한 깊은 철학적 사유를 동반해야 한계를 넘을 수 있고, 그 사유의 지름길로 글쓰기가 쓰일 수 있을 것이란 말을, 저자는 지속해서 하고 있다.

저자는 저널리스트로, 삶과 학습이 어우러지는 것을 목표로 하는 나의 어떤 이정표로 삼아도 될 정도로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고, 또한 많은 것을 아는 것 같다. 그의 글에서 보이는 그 단호함은 지식의 단면을 확연하게 보여준다.

책은 크게 1, 2부로 구분하고 있다. 1부는 저자가 글을 쓴 의도에서 시작해서 본인의 어린 시절을 조망하는, 결국 글쓰기와 공부의 교접 부분을 설명하며 그 의도를 부드럽게 넘기기 위한 절차다. 그 길고 긴 절차를 넘어서며 우리는 글쓰기가 필요한 이유가 합당함을 수긍하게 된다. 아래 글은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한 공포감을 잘 드러내고 있는데, 누구나 이런 기분을 느껴봤을 것이다.

네모 칸에 정연하게 배치된 비밀스러운 글자와 숫자는 화학 교실의 헤르메스와 비너스요, 저만의 규칙에 따라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변덕스러운 신들이었다.

이런 식으로 저자는 우리와의 공감대를 형성하려 노력하는데, 두 번째 구분, 2에서 본인이 직접 사용한 이 방식을 다른 저자들이 정확히 동일한 방식으로 활용하는 걸 들며 좋은 글쓰기라고 이야기한다.

존 러셀이 얼마나 재빠르게 독자와 공감대를 형성하는지 주목하라. 그는 이해할 수 없는 예술 작품 앞에 섰을 때 우리가 느끼는 곤혹스러움을, 그 끔찍한 소외감을 잘 알고 있다.

2부는 이전, ‘문장 수집 생활’이라는 책이 생각나는 구성이었다. 차이점이라면 ‘문장 수집 생활’의 수집 목적은 오롯이 그 수집한 글들에서 영감을 얻고 또한 그대로 활용하고자 하는 1차원적인 것었다고 하면, 이 책은 그 수집한 글들에서 정보를 비롯해서 잘 쓴 글쓰기의 표본, 글쓴이의 의도를 파악하는 방법, 그 유려한 방식 등 수집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수집해서 장단점을 나열하고 있다. 나는 저자가 수집한 글들을 읽으면서, 그리고 저자의 주석처럼 달린 설명들을 읽으면서 내 생각과 저자의 생각이 어떻게 같고 다른지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더군다나 그 수집한 주제들이 워낙 동떨어진 것들이라 소제목들을 넘어갈 때마다 ‘이게 같은 책일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땅, 바다, 하늘, 미술, 자연, 수학, 인간, 물리, 화학, 음악까지 수많은 것들을 조망한다. 편식은 하면 안된다고 생각하며 읽은 책인데 너무 다양한 영양소들이 들어 있다.

그렇기에 그 유익한 글 속의 정보를 주우랴, 글쓰기에 대한 팁을 주우랴 부랴부랴 바빴다. 매우 느긋하게 읽어야 했다.

그렇게 천천히 잘 읽었고, 잘 마무리 지었다. 저자는 끊임없이 장황함을 피하라고 주의 주면서 중간 중간 농담, 글 속에 있어야 하는 요소(정보), 유려한 글쓰기와의 융합, 그러면서도 전문적인 디테일이 필요함을, 예시가 있어야 함을, 글쓰기를 통해 학습을 시키는 것이 유용함을, 허를 찌르는 의외성이 생기를 불어넣음을, 남의 눈치를 보는 글을 쓰지 말기를, 훈계조의 글을 써서 글을 지루하게 하지 말기를, 이런 저런 충고를 넣어 둔다.

너무 많은 정보들이 꾸역 꾸역 들어가 있어서 좀 읽기 힘들었지만, 아무튼 재미 있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