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혐오, 즉 미소지니는 평생을 내 안에서 내재화 되어 왔음에도 얼마나, 또 어떤 식으로 그 프레임이 형성되어 있는지 나 혼자만으로는 도저히 알아차릴 수가 없다. 끝없이 상호작용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나는 진정으로 타자, 피해자가 되어볼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늘 가해자의 논리는 가해자의 경험을 토대로만 동작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늘 내가 어떤 상황에 놓여져 있고 어떤 일을 가해왔으며 어떤 일에 노출되어 있었는지 늘 도마 위에 올려볼 필요가 있다. 제 3의 눈을 어떤 식으로든 끌어와야 했다.

이번 책도 그런 시도의 연장선이나 마찬가지이다. 내가 알 수 없는 영역에 대해 접근하는 방법은 그리 다채롭지가 않다. 그리고 나의 편협함을 경계하는 것도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닌 것이다.

이 책은 사실 제목만으로는 그 내용을 판단하기가 어렵다. ‘여성 혐오 - 일본의 미소지니’라는 원제를 읽어야만, 아하 이 책은 일본을 꿰뚫는 미소지니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 하고 깨닫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이리저리 검색하며 알게 된 일이지만 여성 혐오라는 단어가 이 책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처음 책을 집을 때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오래 된 책이었다. 최근의 니즈에 따라 출판된 책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책은 제목처럼 일본 전체를 관통하는 여성 혐오를 이야기한다. 꽤 신랄한 어투였기 때문에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원래 내용이란 자극적일수록 구미가 당기게 마련이다. 스릴러를 보는 이유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마치 현실에 있을 법한.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은 실제로 현실에 버젓이 존재한다는 점이, 그리고 우리 주변에 산재하고 있다는 점이 더 무서울 따름이다.

책은 호색한, 호모소셜, 성녀와 창녀, 비인기남, 아동 성학대, 일본의 황실, 춘화, 근대, 어머니와 딸, 아버지와 딸, 여학교 문화, 도쿄 전력 엘리트 OL, 여성간의 여성 혐오, 권력의 에로스화, 여성 혐오는 극복될 수 있는가의 순으로 쭈욱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호색한이 어떤 논조로 여성의 성을 객체화하고 권력에 이용하는가, 호모소셜은 어떤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가, 성녀와 창녀는 어떤 방식으로 여성 혐오를 내제화 하는가, 어떤 방식으로 서로를 물어뜯는가, 비인기남의 생각 속 권력 구조가 어떻게 잘못되었는가. 왜 여성이 되지 못한 여성은 그 순서도에서 의도적으로 배제되었는가, 아동 성학대가 어떤 식으로 남성의 환상을 자극하고 권력을 공고히 하는가, 일본 황실이 어떤 방식으로 여성을 배제해 왔는가, 춘화는 또 어떤 방식으로 여성을 모사해왔는가, 근대에 들어서 얼마나 여성에 대한 생각이 더 편협해졌는가, 어떻게 프레임이 더 좁아졌는가, 어머니가 딸에게 바라는 것은? 딸이 아버지와 어떻게 결탁하는지? 여학교 속에는 여성의 호모소셜이 왜 존재하지 않는지. 엘리트 OL은 왜 밤에 성매매를 했는지. 여성은 왜 서로를 적대하는지. 권력은 어떻게 에로스화, 그 문화적인 섹슈얼리티가 어떻게 자연적인 것이 되어왔는지. 그리고 나아갈 방향은. 책의 내용을 쭉 적어보자면 이런 식이 될 것 같다.

그녀의 직설적인 화법이 즐거웠기 때문에 또한 거슬린다고 할까, 가해자의 입장에서는 단어 선택을 조심해야 한다. 의문이 생기는 부분이 없진 않았지만, 그래도 내 생각을 조금 더 보강하는 데 충분히 즐거웠던 책읽기였다. 정말 오래걸렸는데, 모르는 내용은 그 무지의 이유로 시간이 더 충분히 필요하다.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