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내가 나에게 자주 자문하는 것이 있다. 과연 내가 이 일을 전적으로 훌륭하게 프로패셔널하게 해냈는가. 한치의 의심도 없을 정도로 꼼꼼하게 잘 했는가. 의심한다는 말은, 평소에는 별로 지키지 못한다는 의미다. 최대한 신경을 많이 쓰고 써야 그나마 조금이라도 꼼꼼함에 다가설 수 있다는 말인데, 그렇게 다가선 꼼꼼함도 일생을 연습한 사람에 비하자면 허망하리만치 허술하기 짝이 없다. 그쪽은 평생을 단련했고, 나는 이제 막 단련하기 시작한 참이니까 억울할 것도 없을텐데 사람 맘이라는 것이 그렇게 쉽지가 않다. 난 이렇게 노력하는데 왜 저 치보다 못할까. 자조적이 된다.

이 책은 나의 약점들, 그러니까 꼼꼼함에 대해 집요하게 공격한다. 그러고 보면 나는 과연 글쓰기에 전력을 다했던 적이 있는가? 아무래도 그렇다고 하기 힘들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더더욱 그렇다고 할 수가 없다.

저자, 가와사키 쇼헤이는 글, 특히 비평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단지 비평 대상의 일차원적 정보만 끌어모아 그 가치를 언어화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글을 읽는 사람에게 행동을 촉구하거나, 사회에 주의를 환기시키고, 새로운 사고가 싹트도록 호소하는 목적의식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즉, 비평에는 일차원적 정보는 당연한 것이고, 거기에서 파생되는 목적의식도 분명히 갖추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내 글에는 정보도 목적의식도 없는 경우가 허다하니, 부끄러울 수밖에.

일단 첫번째, 일차원적 정보부터 이야기해 보자면 이 역시 앞에서 언급했던 꼼꼼함과 관계가 있을 것이다. 사전 조사부터 시작해서 팩트 체크까지. 책을 비판적으로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기 저기서 이야기하는데, 그 비판의 시작이 사실 정보, 조사에서 시작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 기반부터가 허약하니 고개가 숙여질 수밖에. 결국 결론적으로는 그런 습관을 미리부터 길러놓지 않은 과거의 나를 탓하게 되는 것이다.

아무튼 책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책은 제목과 표지가 주는 그 느낌과는 꽤 상이한 느낌의 책이었다. 책 자체만으로는 동일한 출판사의 책인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같은 느낌의, 이론적인 부분에 집중한 책일 것으로만 봤는데, 실질적으로는 비평을 쓰기 위한 마음가짐을 잘 갖추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책이었다. 실제로 책의 구성도 비평의 의미, 준비, 쓰기, 단련으로 시간적으로 배열되어 있다. 그래서 조금 더 가볍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일본어와 우리 나라 말이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으니, 그대로 적용해도 무리가 없는 부분들이 꽤 많았고, 그래서 번역을 시도했구나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 있었던 반면, 역시 일본 쪽에 특화되어 있어서 조금 아쉬운 부분도 존재했다. 뭐 예를 들자면,

다수의 사람이 관련되어 있고, 일정한 사회성을 띠는 어떤 일을 명사로 압축하는 어법은 일본에서 생활하다보면 피부로 느끼는 언어 문화입니다.(영어권에는 동사적 표현을 명사처럼 쓰는 사례가 많은 편입니다.)

이런 부분은 우리 입장에서도 꽤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외국어 신드롬 : 외국어는 어떻게 들어왔을까

이런 부분은, 아무리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손 치더라도 1:1 매칭을 시키긴 무리가 있는 부분들이 있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재미있게 읽었다. 이런 책들은 이상하게 앞의 의견과 뒤의 의견을 상충되게 구성하여 그 중간 지점을 독자가 찾게 만드는 지점이 있다. ㅇㅇ 하지 말아라, 하지만 ㅇㅇ 해야 한다. 하는 식이랄까. 결국 그 중간 지점을 잘 찾아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겠지만.

아무튼 스르륵 또 읽었다. 다음 스르륵 읽을 책을 찾아 떠나보자.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