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지적자본론
책의 분위기나 내용을 책 커버로 가늠하는 습관이 있다. 가만히 꼼꼼히 책을 들여다보고 판단하는 충실한 습관이 아니기에 적중률이 자랑할만한 정도는 아니지만, 이상하게 그 직관에 몸을 내맡기곤 한다.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말하는 시스템 1이 시스템 2에서 아무런 검증도 거치지 않고 통과하는 것이다. 이런 작은 부분들에서 나의 꼼꼼하지 않은 방식이 드러난다.
이 책은 느낌이 묘했다. 커버나 제목은 철학서 같은 제목인데, 부제인 ‘모든 사람이 디자이너가 되는 미래’ 같은 글은 미묘하게 가벼운 인문 서적 느낌이다. 책 안에서도 언급하지만, 제목과 분위기만으로는 마르크스의 자본론에 대한 심도 깊은 통찰이라도 발휘할 것처럼 생겼다. 뭐, 결과적으로는 후자가 맞았다. 가벼운 인문 서적 느낌. 자서전에 MSG를 조금 뿌린 듯한 그런 책이었다.
저자는 일본에서 CCC(Culture Convenience Club)라는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경영인이다. 그가 다케오 시의 시장과 협의하여 시립 도서관을 꾸몄고 그것이 공전의 히트를 치며 이슈가 된 모양인데, 조금 검색해보니 그 도서관의 형태가 요 최근 많이 나다녔던 도서 테마의 장소들과 많이 겹친다. 한강진역 근처 블루스퀘어도 그랬고, 파주 출판도시도 그랬고. 디자인과 음료와 책들이 한데 어우러져서 짬뽕탕이 된 느낌. 책도 읽고 분위기도 읽고. 그런 느낌의 공간들. 생각해보면 도서관과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분위기다. 선택지가 넓어질 것 같다. 데이트 코스로도 될 테니까. 물론 보수적인 시각에서는 너무 심한 급변은 예상 범위를 완전히 흩어놓기 때문에 불편하기도 할 테지만.
책은 미래 산업에 대해 굉장히 가볍게 언급하고 있다. 저자가 ‘지적 자본’이라고 언급하는 것은 말하자면 데이터, 기존 자본들의 병합, 혹은 인적 자원. 그런 것들이 실물 자본보다 미래 자원이라는 것이다. 디자이너만이 살아남는다는 말은 바로 기존의 일과 산업에 함몰되지 말고 불편함이라는 프레임을 깨고 그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라는 의미. 그것이 바로 디자인일테고. 그가 책에서 끄집어낸 것과 같이.
30년 넘게 회사를 운영하면서도 새로운 것, 혁신에서 멀어지지 않고 회사를 분사하는 결단을 내린다는 건 정말 존경할만 한 행보다. 기존의 것에 안주하는 것이 더 편안할텐데. 그 편안함에서 불안감이라도 느끼는 병적 심리가 깃들어있진 않을까. 나도 살짝 그런 병이 생겨나는 듯도 한다. 이런 생각들을 해본다.
브랜드 파워는 대차대조표에 기재되지 않는다.
나의 브랜드 파워는 과연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인가.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