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마케터의 여행법
과거의 나를 만날 수 있다면 가장 해주고 싶은 당부 중의 하나를 굳이 꼽으라고 하면, 헐값일 때 황남동 땅을 사두라는 정도려나. 그 다음 정도를 꼽으라면, 생각하는 훈련을 꾸준히 해두라고 할 것 같다. 인간이 생각 안하고 어떻게 살 수 있느냐, 하면 살 수 있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걸 되돌아보면 최대한 생각하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 여실히 노력해왔다는 걸 알 수 있다. 생각하기 싫어서 보통의 삶을 선택하고 다른 사람이 선택한 길을 선택했다. 안전하기 때문에 그랬다는 건 핑계고 사실 생각하기가 싫었던 거다. 만약 생각하는 훈련을 충분히 했다면 아마 내 삶의 질은 한참이나 올라가지 않았을까. 어릴 때부터 ‘생각의 힘’에 대해 꾸준히 주입당해 왔지만, 그 개념과 실천이라는 문제는 또 여기에도 개입해서 내가 온전히 ‘생각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착각하도록 만들었다.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왜 하느냐고 하면, 이런 인사이트가 담긴 책들을 읽다 보면 정말 나의 생각의 깊이가 얇고 별 생각 없이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그걸 외우려고 노력만 해왔구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들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왜 이런 생각을 했을까?’ ‘아닌 거 같은데’ 처럼 다른 사람의 생각에 내 생각을 덧씌우기 바쁘고, 나처럼 안일하게 살아온 사람은 ‘그렇구나’ ‘이거 맞는 말이다’ ‘이런 건 외워야지’ 같이 그냥 수용하고 외우기 바쁘다는 거다. 이 책의 저자는 분명히 전자에 가까운 사람이겠지?
책은 저자의 생각, 사유적 관점을 당당하게 드러낸다. 예를 들자면 이런 글들.
내가 특히 소셜미디어를 좋아하는 이유는 심리가 반영된 희소성 높은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동일한 사진이 올라왔다 하더라도 그 목적이 홍보, 지식공유, 과시, 각오 등 다양할 수 있다. 이를 잘 해석하는 것이 마케터의 역량 아닐까?
그러나 홀스타인 우유는 유지방율과 단백질 함유량이 낮아 맛이 떨어지고, 치즈 및 버터 등 다른 유제품을 만들기에도 적합하지 않다. 이런 이유로 낙농 강국인 뉴질랜드, 호주, 미국에서는 저지 종, 스위스에서는 브라운스위스 종, 브리델 우유가 생산되는 프랑스 브르타뉴 지역에서는 노르망드 종을 사육한다. 모두 착유량은 적지만 유지방율과 단백질 함유량이 높은 품종이다. 즉 우유가 맛있는 사회는 음식의 양보다 질을 중시한다는 뜻이고, 그만큼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회이니 행복도도 높지 않을까.
기업의 이익과 함께 환경을 비롯한 사회적 이익까지 고려해야 하는 지속가능 경영은 기업 입장에서는 대개 추가 비용을 의미한다. 추가 비용을 감수하고 지속가능 경영을 추구하는 기업이라면 최소한 작은 이득을 위해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는 하지 않으리라는 것이 내 추론이다.
‘합리적인 추론’ 역시 생각하는 방법의 범주에 들어가는 일일테지. 내가 어떤 개념에 대해 추론했던 마지막 기억을 떠올려봤지만, 영 떠올릴 수가 없다는 점이 안타깝고 또 안타깝다.
아무튼, 독후감이니까 책 이야기를 이어나가 보자.
책은 마케터의 여행법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었지만, 사실 저자의 투자와 사회 전반적인 인사이트를 이야기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내가 마케팅에 대해 문외한이라서 잘 못 알아먹은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인상은 그랬다. 하지만 마케팅 기법 같은 것이 궁금해서 고른 책이 아니었기 때문에 충분히 재미있었다. 사실 귀여운 책 표지 같은 게 인상적이고 별점이 상당히 높은 책이었기 때문에 샀다는 것은 안 비밀.
저자는 지속 가능성, 사회적 기업 등에 대해 상당히 자주 언급한다. 저자의 관심 분야일테지. 실제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어내는 기업들은 환경, 사회적인 문제를 외면할 수만은 없는 세상인 것이다. 브랜드 파워의 저변을 다듬는 별것 아닌 것 같아도 큰 요소들이 바로 이런 것들일 것이다. 나만 하더라도 제품의 질이 비슷하면 브랜드 이미지가 좋은 물건을 고르게 된다. 심지어 가격이 조금 더 나가더라도 그런다. 그럼으로써 나도 사회적으로 어떤 작은 보탬을 댄 것 같은 상대적인 안도감을 갖게 된다고 해야 할까.
그리고 투자. 투자는.. 역시 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 분야다. 이 정도의 인사이트가 없다면 함부로 손을 대면 안되는가보다.. 데이고 나니 더 맘 아파지는 부분이다.
시야를 틔우고 생각을 넓히자. 아무튼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