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읽었다. 얼추 7월부터 읽었으니까 반년 가까이 읽은 셈이다. 이런 류의 책은 오래 읽게 되는 게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이런 류의 책이란, 경제 같이 내가 잘 모르고 사전지식이 부족한 종류의 책. 사실 다 읽은지가 벌써 일주일이 훌쩍 넘어가는데 이제야 독후감을 쓰는 것도 어떻게 독후감을 써야할지 막막해서다. 고민에 고민을 하다가 그냥 가볍게 쓰자, 내가 뭐 그렇게 대단한 걸 한 것도 아니고 독후감이라는 건 책 내용을 남기기 위한 게 아니라 책을 읽고 생각한 것들을 남기기 위한 것에 가까우니까. 무겁든 가볍든 그 때 내가 한 생각을 남긴다는 데 의의가 있는 것일 테니까.

경제학이라고는 하지만 심리학에 가까운 책이었다. 이 책을 읽은 이유는 이전, ‘머신 플랫폼 크라우드’를 읽을 때 언급된 책이기 때문. 이 책에서도 나오듯이 이렇게 한 번 눈에 익힌 것은 친숙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친숙함은 ‘과거성’이라는 단순하지만 막강한 특성이 있는데, 사람들은 과거성을 예전 경험이 직접 투영된 결과라고 느낀다.” 그러나 이 특성은 착각이다. 저코비와 그를 따르는 많은 사람들이 밝혔듯이, 데이비드 스텐빌이라는 이름을 봤을 때 친숙한 느낌이 드는 진짜 이유는 ‘더 또렷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잠깐 ‘머신 플랫폼 크라우드’의 글을 옮겨 보면 이런 글이다.

카너먼은 그의 저서 《생각에 관한 생각(Thinking, Fast and Slow)》에 다음과 같이 썼다. 시스템 1은 노력이 거의 또는 전혀 없이, 그리고 자발적인 통제 감각이 없이 자동적으로 빠르게 작동한다. 시스템 2는 복잡한 계산을 포함하여 그 사고 양식이 요구하는 노력을 수반하는 정신 활동에 주의를 할당한다. 시스템 2의 작동은 흔히 행위성, 선택, 집중이라는 주관적인 경험과 관련된다.

이 책은 이 시스템 1, 2를 개념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낸 것이고 실존하지 않는 개념이라고, 유념하라고 몇 번이나 반복해서 말한다. 실제로 딱 구분지어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시스템 1이 x를 한다’는 ‘x는 저절로 일어난다’는 말을 달리 표현한 것, ‘시스템 2가 동원되어 y를 한다’라는 말은 ‘흥분이 고조되고, 동공이 확장되며, 주의가 집중되고, y가 실행된다’는 말을 달리 쉽게 표현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도 이렇게 단 하나, 아니 두개의 단어로 그 상황들을 설명할 수 있게 되면 이야기가 편해지지. 그리고 있어 보이기도 하고.

즉,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직관’이 시스템 1인 것이다. 그리고 그 시스템 1이라는 놈이 얼마나 허술하고 간편하게 동작하는지 책은 실험과 증거들을 통해 끊임없이 나를 설득시킨다. 난 매번 깜짝 놀란다. 물론 책에서 말하듯 이 시스템 1은 즉각적인 반응을 빠르게 보일 수 있는 체계로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고 대체로 도움이 된다고 하며, 그렇지 않을 때가 있음을 언급하고 있을 뿐이다,고는 하는데 왠지 고개를 끄덕이며 굳이 나 자신에 대한 적의감을 느끼며 내가 컨트롤 할 수 있을 거야 하는 허술하고 근거 없는 자만심이 솟구치게 되는 걸 보니 역시 인간은 복합적이며 논리적이지 않은 부분들도 일부 포함하고 있구나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아모스와의 공동 연구가 인간의 선택은 비합리적이라는 증거로 사용될 때면 곧잘 몸이 오그라든다. 사실 우리가 증명한 것은 합리적 행위자 모델로는 인간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뿐이다.

그러니 너무 비합리적이구나 자조적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