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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같이 헬스장을 끊었던 분이 헬스장 갱신을 했다는 말을 들었다. 내가 한달 늦게 끊었으니까, 나도 이번달이 되면서 6개월 차가 된 셈이다. 음, 한 3개월 되었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6개월. 어느새 6개월. 시간 참 속절없이 흐른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럴리가 없어, 자기 부정이 시작되었다. 6개월이나 했는데 몸이 이따구란 말이야? 인정할 수 없다. 하지만 내가 만들었을 리 없다고 해도 버그가 눈앞에서 꿈틀거리고, 커밋 기록이 버젓이 남아있으면 도리가 없듯이, 헬스 한 시간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는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다 보면, 이는 습관 만드는 과정과 밀접하게 닮아있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매일같이 비슷한 훈련을 반복하고, 또 반복한다. 익숙해지면 다른 동작을 끼워넣거나 변주하여 특정 루틴에 매몰되지 않도록 경계한다. 그렇게 반복하고 또 반복해서 결국에는 근육(습관)을 증강시킨다. 편법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는 점, 그리고 일단 하자, 는 게 유효하다는 점이 꽤 매력적이다.

나는 헬스장을 끊기 전부터도 혼자서 꽤 오랫동안 운동해왔다. 헬스장을 끊기 전까지만 해도 집에서 맨몸 운동으로. 아마 한 2~3년 가량을 매일같이(라고는 하지만 평일만) 운동해왔다.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개판으로 진행했던 루틴도 많았지만, 초보의 6개월 가량은 뭔 짓을 해도 근육 증량이 된다고 하니, 아무튼 몸은 꾸준히 천천히 좋아졌다.(지금 생각하면 꽤 아쉬운 부분. 더 적확한 방식으로 했으면 훨씬 큰 증량을 해냈을지도.) 하지만 그 후로는 변화세가 서서히 꺾여서 그냥 몸을 움직이는 것에 의미를 두는 수준으로 홈트레이닝의 의미가 격하되어갔다. 자기 변호를 하자면 맨몸 운동은 점진적인 무게 증량을 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그만큼 수준을 올리기가 어렵다. 물론 어렵다 뿐이지 할 수 있는데, 결국 나는 그 정도의 어려움을 뛰어넘지 못했다. 뛰어넘기 싫어했다고 하는 게 맞으려나.

그때의 내 맨몸 운동은 정체되어 있었다. 적정 이상의 자극을 줘야 성장함에도 그 내가 만들어낸 습관에 취해서, 이 정도면 잘했지 하는 감정에 격앙되어서 변화를 주기를 거부했다. 그 결과가, 변화가 없는 몸. 성장하지 못하는 신체. 그 상태를 꽤 오랫동안 유지했다. 결국 그 프레임을 헬스장 등록으로 깨긴 했지만 헬스장이 마침 가까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깨지지 않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좀 더 능동적으로 행동하지 않았다는 자기비판은 아직까지 내부에 잔존하고 있다.

아무튼.

그러니까 요는 조금씩이라도 변화를 주고 과부하를 먹여야 몸은 변화한다는 말이고, 습관 근육(이라는 것이 있다면) 역시 이하상동이라는 말이다. 그 ‘변화하기 싫다’고 하는 관성을 어찌 저찌 이겨내고 한달 가량만 불편함을 감수하면 몸도 마음도 변화한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편법이 끼어들 여지는 없다. 어떻게든 편하게 하고자 하면 근육(습관)이 만들어지는 게 지체될 뿐이다. 불편함(부하)을 그저 우직하게 꾸준히 견디고, 쉬워졌을 때는 편안해진 불편함을 비틀어 다시 더 불편하게(점진적 부하) 만들어 근육(습관)을 강화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결국 ‘시작이 반이다’는 유구한 전통의 문장은 이번에도 승리를 거머쥔다. 시작하면서 만든 걸 습관이 완성되기까지 그냥 끌고 가기만 하면 되니까 반은 했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닌 거다. 그렇다고 해서 그 무게감 또한 동일한 건 아닐테지만..

또 다시 요는, 운동이나 하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