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는 참 귀찮고 어려운 일이다. 귀찮기 때문에 어렵다고 하는 편이 옳을지도 모르겠다. 당장에 침대 위에서 나뒹굴고 있는 어제 덮었던 이불만 하더라도, 매일 개켜둔다면 참 깔끔하고 아름다울테지만, 어차피 누울 때는 또 저 꼴을 만들어야 하니까, 하는 생각에 그만 오늘도 코 풀고 버린 휴지뭉치같은 것에 침대 한 켠을 양보하고 마는 것이다. 하물며 책 정리는, 그러니까 언뜻 보면 삶의 최전방과는 연관이 없어 보이는, 취미에 가까운 것을 정리한다는 건 얼마나 힘이 들겠는가, 하는 것. 찬찬히 책을 읽어나가는 거야 그냥 눈과 손과 연필을 대충 굴려나가는 선에서 얼추 해결이 되지만 정리는, 정리는… 뭐 그런 이유로 다 읽은 책이 여럿 쌓여있는데 와, 이거 어떡하냐. 빨리 정리해야 하는데, 하는 마음의 짐을 결국 참을 수 없어 이렇게 손가락을 움직이기로 했다. 말하자면 독후감 대청소, 라고나 할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두 권째 사 보았다. 이 책은 크게 두 가지 면이 참 좋다. 우선적으로 가격이 매우 싸다. 당년에 한해서지만. 그렇기에 한번 맛을 보고 나니 와, 이 분량을 이 가격에? 안 살 수가 없잖아. 이렇게 되는 거다. 가성비에 미친 사람이라 할 만하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지금 명성을 떨치는 작가들의 글을 짧게나마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김초엽 작가님의 이름은 참 많이도 들었는데, 글은 여기에서야 겨우 한 입 맛볼 수 있었다. 문체란 지문 같은 것이라고 표현해 보려 했는데, 솔직히 누가 남의 지문을 그렇게 관심 있게 보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생김새, 가 더 적절할까. 치장할 순 있지만, 그 본연의 틀은 쉽게 바꿀 수 없는 것으로, 이렇게 짧은 글로도 개략적인 판단이 가능하다. 내 취향인가, 아닌가.

인상적인 글로는 역시 첫 번째 글, 음복부터 꼽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글 내부적으로, 자체적으로 비유했듯이 마치 황실의 암투처럼, 겉으로는 화기애애하지만, 속으로는 끊임없이 공격과 방어를 치루어댄다. 어제, 그녀는 학교 수업으로 정리한 수업자료로써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를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초반에는 왕자들끼리 참 사이가 좋게 나오는데 나중에는 하나 하나 다 죽어나간다’고. 드라마의 그 초반도 아마 이 책의 내용과 비슷한 분위기가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그와는 전혀 상관 없다는 듯한 태도의 남편은 또 얼마나 순진무구한지.

내내 아무것도 눈치 못 채더니, 내가 이걸 궁금해하는 건 어떻게 용케 알아챘구나?

권력이란 이를테면 이런 것일테지. 이번에 태풍이 제주도를 휩쓸고 지나갔다. 하지만 나는 짤로 돌아다니는 괴력의 비바람을 보며 와- 놀랍다. 하고 있을 뿐. 강 건너 불 구경일 뿐. 아마 제주도에 친구가 있었다면, 그리고 친구가 ‘하하, 별거 아니었어.’라고 하며 자신을 희화화 할 뿐이라면 함께 웃어넘길테지. 실상은 그 친구가 많은 걸 잃고 있는 중이라고 하더라도.

그 외에 다른 글들도 참 인상적이었다. 이번에 김봉곤 작가님의 이슈가 터지지만 않았어도 참 좋았을텐데. 글 자체가 참 좋긴 했는데, 안타깝고 아쉽다. 자신의 프라이버시가 생존과 직결되는 경험이 있었던 만큼, 타인의 것에도 기민하게 반응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쉽다, 아쉽다.

얼마 전 장류진 님의 소설집을 읽어서 장류진 작가님의 글은 유독 반가웠다. 실제로 그 단편집에 있던 글과 결이 비슷한 글이기도 해서 반가움은 배가 되었다.

정말 모든 글이 사랑스러웠다. 다시 읽어도 또 사랑에 빠질 수 있을 것 같은 글들이었다.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