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로 읽은 현대문학 핀 시리즈의 소설, ‘당신의 노후’이다. 세 번째로 읽었다고 해놓고, 막상 독후감으로 작성하는 건 이 책이 처음이다. 그건 그러니까, 첫 발자국을 잘못 뗐기 때문으로, 역시 첫 단추를 잘못 꿰면 끝까지 잘못 꿰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에라 모르겠다 끝까지 잘못 꿰어버릴 순 없으니까, 그리고 이건 옷이 아니니까, 뒷부분부터 차근차근 원래 위치로 맞춰 다시 궤도로 복구시킬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희망하며 마지막으로 읽은 이 책에 대해 먼저 써보기로 한다.

사실 노후란 좀 막연하게 느껴진다. 과거, 현재는 실제로 내가 통과한 시절이지만, 노후라니. 너무 멀게만 느껴지고 현실감 있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리고 부정적인 경험이 차곡 차곡 쌓여 있어서 그 노후란 걸 곱게만 볼 수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막 끌리는 제목은 아니었고, 사기 전에도 괜찮을까 수차례 고민했다. 사게 된 이유는 좀 웃길 수 있지만, 이전에 산 PIN001에 이어 PIN002 시리즈였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시리즈로 모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아직 갈팡질팡 하는 상황이랄까.

글은 담담하게 노인들의 이야기를 적어 나가며 시작한다. 그들의 최후가 조명되고, 음 그렇군. 근데? 하는 생각이 들 때쯤 이야기는 본 궤도를 타기 시작하다가 으아아 하는 사이에 이야기가 끝나 버린다. 훅 몰입되었다가 기진맥진해져버린다. 현실과 가상의 사이를 레이피어로 갑옷 사이 쑤시듯 훅 쑤셔버려, 잘 감춰져 있던 내 맨살을 찔러버린다. 이 이야기가 묻는 ‘노인’에 대한 인상이 내가 은연중에 깔고 있던 그 인상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정말 그 정도의 가치 뿐인걸까, 측은지심이랄까, 약자에 대한 이해는 그들에게도 조금 필요하지 않을까, 하지만 측은지심만으로 그들의 의견을 들어주는 것 또한 나에 대한 폭력 아닌가, 정말 여러가지 생각들이 복합적으로 나를 뒤덮는 것이었다.

책의 해설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더 많은 허구의 결과는? 물론 더 많은 리얼리티다. 박형서는 현실과 비현실, 사실과 환상을 자유자재로 섞으며, 현실 반영이라는 근대 소설의 오래된 규범=관습을 도발적으로 해체해 소설 문법을 새로 쓰려 하는 작가이다.

더 많은 허구였을텐데, 그 리얼리티가 너무 소름끼치는 글이었다. 과연, 과연? 나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나는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