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 책 메모]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 조지 레이코프
우리는 다른 사람들, 즉 우리가 만나지 못했고 앞으로도 만나지 못할 이 세계의 동료 시민들에게 관심을 쏟으며, 사적인 것이 공적인 것에 의존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타인에게로 쏟는 관심이 변화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나의 공적 이득이 누군가의 불행이 되는 구조가 보편화되지 않도록.
그러나 최근 인기를 얻기 시작한 중요한 프레임이 하나 있다.
• 헌법은 오로지 인간에게만 적용된다.
개념적 은유는 법적 지위를 가지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수천 개에 달하는 은유를 써서 사고하지만, 법은 이러한 은유에 법 그 자체 내의 공식적 역할을 드러나게 부여하지 않는다.
이는 바로 ‘기업은 헌법상의 권리를 갖는 사람(Corporations Are Persons with Constitutional Rights)’이라는 대법원의 판결 때문이다.
1819년 이전에는 [기관은 사람]이라는 흔한 개념적 은유가 기업에 적용되고 목표, 자금, 책임, 특권3) 등의 영역에 한정해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런 기업의 인간적 속성에 대한 매우 흔한 제한된 관점과, 기업에 헌법적 권리를 주어야 한다는 시각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이 차이로 인해 [기업은 사람] 은유는 통상적인 개념적 은유의 영역 밖으로 나와 법원의 권력 속으로 들어갔다.
인간이 누리는 헌법을 기관이 누리면 어떤 점에 문제가 생길까.
이후의 재판에서 이 은유는 더욱 확장되었다. 비록 기업이 여론조사나 투표에 참여할 수는 없지만, 그 주주들이 자유로이 발언할 권리를 가지고 있으므로 기업은 ‘사람’으로서 자유로이 발언할 권리를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은유, 즉 [발언은 돈(Speech as Money)]이 선거에 관여하기에 이르렀다. 후보자(진짜 사람)가 아니라 기업에 영향을 끼치는 정책을 지지하면서 말이다.
기업의 이득을 위한 투표권 행사(비록 직접적인 방식은 아니지만.). 이것의 문제는 개인으로서의 기업공동체가 자본력을 맘껏 발휘해도 기관은 개인이 되는 점이다.
기업이 부를 걷잡을 수 없이 축적함으로써 발생하는 부정적 효과는 그 프레임이 개념적으로 구성되지 않았고 따라서 거론되지 않는다. 다음은 그러한 부정적 효과 중 몇 개를 나열한 것이다.
- 기업의 로비 활동과 정치자금 기부 증가
- 비용의 외부화 증가
- 독점으로 인한 소비자 비용 증가
- 의류 회사의 치수 선택권 박탈
- 비윤리적인 기업 관행의 증가
- 기업의 비효율 증가
- 기업 경영진의 보수 인상과 단기 이익 압박 증가
보수 세력은 동성 결혼(same-sex marriage)에 반대하면서, 결혼의 ‘정의(definition)’와 결혼의 ‘신성(sanctity)’이라는 두 개의 강력한 개념을 이용했다. 우리가 할 일은 이것을 되돌려놓는 것이다. 우리는 정의에는 정의로, 신성에는 신성으로 대항해야 한다.
지금까지 논의한 결혼의 풍부한 의미, 즉 결혼의 정의, 신성함, 의례, 가정생활, 꿈과 희망 중에서, 이성애적 결혼에만 해당되는 개념은 없다. 결혼이 이성애적이라는 생각은 널리 퍼져 있는 문화적 고정관념에 불과하다.
내가 생각하는 한 가지 이유는 ‘결혼’이란 단어가 ‘섹스’라는 개념을 불러일으키고, 미국인들 대다수는 이성애가 아닌 섹스에 대해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결혼이라는 개념이 아닌 사람들의 고정관념에 포함된 개념이 동성결혼 반대의 중요요소로 사용된다는 아이러니.
결혼은 가정생활의 중심이기 때문에 여기에는 정치적인 측면이 있다. 이 책 앞부분에서 말했고 나의 책 『도덕, 정치를 말하다』에서도 아주 길게 썼듯이, 보수주의 정치와 진보주의 정치는 두 가지 서로 다른 결혼 생활의 모형을 중심으로 조직되어 있다. 바로 엄격한 아버지 모형과 자상한 부모 모형이다.
정치와 결혼생활이 닮은 형태인 것 역시 사실 보수적 측면으로 설명되는거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