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 조지 레이코프

이 문제와 관련하여 진보주의자들은 두 가지 입장으로 나뉜다. 실용적 자유주의자들은 상속, 건강보험, 입양 등의 쟁점을 혜택의 문제로 본다. 이러한 혜택이 전부라면 시민 결합만으로도 충분하며, 이는 확실히 전보다 진일보한 것이었다.

이상주의적 진보주의자들은 물질적 혜택도 중요하다고 여기지만 그 이상의 것을 추구한다. 특히 게이 활동가들 대부분은 사랑에 기초한 공적 헌신, 그 모든 은유와 의례, 기쁨과 슬픔, 가족적 경험 등의 문화적 의미와,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정상적인 의미를 둘 다 지닌 온전한 결혼을 원한다. 이 쟁점은 또한 개인의 자유에 대한 쟁점이기도 하다. 주 정부는 누가 누구와 결혼하느냐 하는 문제에 간섭할 수 없다. 또 이는 공정성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법 앞의 평등은 물질적 혜택은 물론 사회적·문화적 혜택도 포함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 내거는 슬로건은 ‘결혼할 자유’다.

자신들의 프레임을 불러일으키는 구절을 계속해서 반복하여 들려주고, 그런 식으로 쟁점을 정의하는 것은 우익이 오랫동안 써먹어온 전략이다. 이러한 반복을 거치면서 보수의 언어는 정상적인 일상용어가 되며, 그들의 프레임은 정상적이고 일상적인 사고방식이 된다. 기자들은 이를 똑똑히 깨닫고 여기에 말려들지 말아야 할 의무가 있다.


그들의 언어를 사용하는것만으로도 어느 한 측의 의견을 옹호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중립성도 지키려면 여간 까다로운게 아니겠다.

그 주된 프레임은 희생자에 대한 범죄로서, 그 범죄자들은 재판에 회부되고 처벌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범죄의 프레임은 법, 법정, 변호사, 재판, 선고, 항소 등의 개념을 수반한다. 그 범죄가 전쟁으로 바뀌고, 여기에 사상자, 적, 군사 행동, 전쟁수행 권한 같은 개념이 따라오는 데는 불과 수시간이면 충분했다.

물론 적과 사상자는 존재하지만, 적군, 부대, 탱크, 전함, 전투기, 전쟁터 따위는 존재하지 않으며 전략적 목표나 명확한 승전도 없다. ‘전쟁’ 프레임은 들어맞지 않았다.


프레임화의 실패는 다수의 의견이 되는 것에 실패했다는 것.

부시의 연설문을 담당했던 데이비드 프럼(David Frum)은 악의 축(Axis of Evil)이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이 말은 2002년 연두교서에서 이란과 이라크, 북한을 가리키는 데 쓰였고, 그 이후로도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전쟁을 정당화하는 데 두고두고 활용되었다.

이라크를 이란, 북한과 함께 묶은 것은 이라크가 핵무기(존재하지 않는 ‘대량살상무기’)를 개발 중임을 암시하고 이라크 침공의 구실을 부여하기 위함이었다. ‘추축국’은 여기에 일본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진주만 ‘기습’을 연상시키며, 9·11 공격을 진주만과 상징적으로 동일시하는 효과가 있었다. 이 역시 전쟁을 정당화하려는 의도다.


적을 프레임으로 꿰어내어 어떻게든 전쟁으로 귀결시키려는 시도들

우리는 그들과 같아서는 안 된다. 범죄자들에게 정의를 보여준다는 이유로 무고한 생명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


그들과 같은 방식으로 싸운다는 것 자체가 불리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보수의 프레임 위에서 싸우는 진보처럼.

급진적 이슬람 테러리즘의 원인은 최소한 다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 세계관 ┃ 종교적 논리
• 사회적·정치적 조건 ┃ 절망의 문화
• 공격 수단 ┃ 테러를 가능케 하는 조건
부시 행정부는 이 중 세 번째 것, 즉 공격을 수행할 수 있는 수단에 대해서만 논의하고 있다.


칼은 위험하니까 모든 칼을 무력화시켜야 한다는 수준의 비약이다. 상대와 차이를 되짚는 과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