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역사 - 유시민

역사가 그의 역사 이론을 비껴갔고, ‘현실의 사회주의 국가’가 착취와 억압이 없는 자유로운 세상과는 거리가 먼 사회였다고 해서 마르크스가 타인의 고통과 사회의 모순에 예민하게 반응한 사람이었다는 사실까지 부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실제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알기 위해선 행동해보는 수밖에 없으므로

역사종말론을 폈다고 해서 마르크스를 특별히 비판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일지도 모른다. 역사의 종말을 이야기한 인물은 마르크스 이전에도 있었고 이후에도 있었다.


충분히 누구나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

후발 제국주의 국가였던 일본의 식민지가 된 조선의 역사가들은 크게 세 갈래로 민족적 열정을 표현했다. 첫째, 민족해방 투쟁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일제의 불법적・폭력적인 조선 강점 과정과 조선 사람들이 벌인 해방 투쟁을 세세히 기록했다. 둘째, 조선 사람들이 민족적 자부심과 자주성을 북돋우는 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과거 역사를 재구성하고 재해석했다. 셋째, 우리 민족이 다른 민족에 비해 어딘가 못난 점이 있거나 우리 사회와 역사가 스스로 발전할 수 없는 결함을 지니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