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가 만만해지는 책 - 브라이언 W. 커니핸

여러분 자신에게 “내가 개인적으로 지불할 수 있을까?”라고 물어보라. 그것은 종종 오류를 바로 잡는 가치 있는 수단이 되어준다.

“인도에서 동물의 배설물과 장작을 요리 연료로 사용하는 사람의 수는 70만 명이 아니라, 약 7억(700밀리언) 명이었습니다.” 70만 명이나 7억 명이나, 인도에 대해 피상적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놀랍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떤 사람은 막연히 두 숫자 사이의 얼마쯤일 거라고 예상했을 것이다.

우주는 수많은 크고 작은 숫자들의 원천이므로, 숫자가 틀릴 또 다른 여지를 제공한다. 이와 관련하여 진짜 팩트를 몇 가지 알아두면 도움이 된다. 이를테면 우주의 나이(약 140억 년), 달까지의 거리(24만 마일 또는 38만 킬로미터), 태양까지의 거리(9,300마일 또는 1억 5,000만 킬로미터) 같은 것들 말이다. 광속(초속 18만 6,000마일 또는 30만 킬로미터), 음속(초속 1,120피트 또는 340미터)도 기억해두면 유용한 값이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빅뱅은 137억±1억 5,000만 년 전에 일어났다고 한다. 널리 알려져 있던 ±15만 년은 틀린 정보다.

단, 한 가지 주의 사항이 있다. 그것은 ‘역방향추론과 스케일링 업/다운scaling up/down(계급・등급・척도를 올리거나 내리는 것)은 매우 가치 있는 도구이지만, 모든 수치 문제를 해결해주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것이다. 예컨대, <뉴욕타임스>는 2018년 2월 27일 다음과 같은 정정 보도를 냈다. “‘워런 버핏이 버크셔해서웨이의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을 다룬 일요일 기사에서, 버크셔해서웨이의 2017년 장부가치book value에 착오가 있었습니다. 올바른 값은 358빌리언 달러가 아니라 348빌리언 달러였습니다.” 이 경우 오차의 절대 금액이 상당히 컸지만(100억 달러) 백분율 오차percentage error는 너무 작았기 때문에(3퍼센트 미만) 어떤 독자도 알아챌 수 없었다. <뉴욕타임스>가 사소한 실언을 수정할 정도로 꼼꼼한 게 천만다행이었다.

그에 반해 데이터를 ‘관련된 비율’로 전환하는 시각화는 이야기가 다르다. 개연성 없는 ‘타이어의 탑’ 대신, “미국 인구는 3억 3,000만 명이고 그중 650만 명이 타이어를 리콜했다. 그러므로 50명(=33,000/650)당 한 명이 타이어를 리콜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면 의미가 피부에 와 닿는다.

큰 숫자를 이해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다운스케일링downscaling, 즉 크기나 규모를 축소하는 것이다. 예컨대, 큰 숫자에서 여러분에게 할당되는 몫은 얼마나 되는지, 또는 그 숫자가 여러분의 가족이나 다른 소그룹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라

‘큰 숫자의 시각화’가 도움이 되는지는 불투명하다. 어떤 경우에는 도움이 되지만 많은 경우에는 비직관적 숫자를 비직관적 이미지(예: 타이어 더미, 달 왕복여행)로 대체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선뜻 이해할 수 없는 문화적 준거(예: 미식축구장)에 기반할 경우 되레 역효과가 난다.

킬로는 1,000, 메가는 100만, 기가는 10억, 테라는 1조를 의미한다. 테크놀로지의 발전을 감안하여 미래에 대비하고 싶다면, 페타, 엑사, 제타, 요타yotta를 알아두는 것도 좋다. 각각의 접두어는 그 앞에 나온 접두어의 1,000배를 의미한다.


1000배 하면 단위가 올라갈수록 그 전 단위보다 0이 하나씩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