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룰루 밀러

이제는 절대 이름표를 유리단지 안에 어정쩡하게 넣어두는 일은 없을 것이다. 대신 각자의 이름을 바로 그 물고기의 피부에 꿰매 붙였다.

그는 포기하거나 절망하지 않았다. 그 지진이 전하는 명백한 메시지, 즉 혼돈이 지배하는 이 세계에서 질서를 세우려는 모든 시도는 결국 실패할 운명이라는 메시지에 그는 귀 기울이지 않았다. 대신 소매를 걷어붙이고 허둥지둥 뭔가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세상의 하고많은 무기 중에서 바늘 하나를 찾아 들었다.


지진으로 많은 어류 표본들이 부서지고 이름표를 소실해도 포기하지 않고 수습한다. 이런 종류의 절망 극복 스토리는 울림이 있다.

자기가 하는 일이 효과가 있을 거라는 확신이 전혀 없을 때에도 자신을 던지며 계속 나아가는 것은, (이렇게 생각하는 게 죄악 같은 느낌이 들긴 하지만) 바보의 표지가 아니라 승리자의 표지가 아닐까 생각했다.

밤이면 밤마다 그는 집에서 몰래 빠져나가 하늘에 있는 모든 별들의 이름을 익히려 했다. 그리고 그의 말에 따르면, 밤하늘 전체에 질서를 부여하는 데는 5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에 대한 상으로 그는 자신의 가운데 이름(미들네임)으로 ‘스타Starr’를 골랐고, 남은 평생 자랑스럽게 그 이름을 달고 다녔다.


스토리가 있는 이름이 얼마나 로망이 넘치는지

“작은 것들은 아름답지는 않아도, 단 한 종류의 큰 꽃 백 송이보다 내게는 더 큰 의미가 있다. 미적 관심과 구별되는 과학적 관심을 보여주는 특별한 증거는 숨어 있는 보잘것없는 것들에게 마음을 쓰는 일이다.”

심리학자들은 이처럼 괴로운 시기에 수집이 줄 수 있는 달콤한 위안에 관해 연구해왔다. 수십 년간 강박적인 수집가들과 상담해온 심리학자 워너 뮌스터버거Werner Muensterberger는 《수집: 다루기 어려운 열정Collecting: An Unruly Passion》에서 수집 습관이 모종의 “박탈 혹은 상실 혹은 취약성”이 발생한 후 급격히 심각해지는 경우가 많으며, 새롭게 하나를 수집할 때마다 수집가에게는 폭발적인 도취감을 주는 “무한한 힘의 환상”이 흘러넘친다고 말했다.

뮌스터버거가 지적하듯, 유일한 위험은 여느 강박과 마찬가지로 수집 습관이 “신나는” 일에서 “파멸적인” 일로 바뀌는 어떤 지점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그저 논문과 시험, 과학책에 인쇄된 믿음들을 끊임없이 반복 암송하는 일뿐이었다. 이런 접근법을 우려스럽게 본 아가시는 “과학은 일반적으로 믿음을 싫어한다”고 경고했다. 예컨대 1850년이나 되어서도 다수의 존경받는 과학자들이 벼룩과 구더기 같은 것이 먼지 입자로부터 발생할 수 있다는 ‘자연발생설’을 여전히 믿고 있었고, 그보다 몇십 년 전까지도 어떤 물질이 불에 탈 수 있는지 없는지를 플로지스톤phlogiston이라는 마술적 물질이 결정한다고 믿고 있었다.


당대의 당연한 지식이 끊임없이 반박되고 수정되는 것이야말로 과학

박물학자가 던지는 그물이 텅 빈 채 올라오는 일은 결코 없을 터였다. 자연 자체를 교육의 재료로 삼기를 바라는 사람에게 페니키스 섬은 한마디로 금광이었다.


지역의 가치는 매기는 자의 기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