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룰루 밀러

그 안식처에서는 계피 냄새가 났고, 어설픈 언어유희와 서투른 라임으로 만들어진 안식처의 벽은 점점 더 높이 쌓여 올라가 세상의 냉기를 막아주었다.

암울한 시간에 그의 도전 의지를 밝혀준 것이 신이었다면, 내가 그에게서 배울 것은 없었다.

끊임없이 진행되는 진화의 흐름 주위에 인간이 우리 ‘편리’하자고 유용하지만 자의적인 선들을 그었다는 것이다. 그는 “나투라 논 파싯 살툼Natura non facit saltum”(자연은 비약하지 않는다)이라고 썼다. 다윈에 따르면 자연에는 가장자리도, 불변의 경계선도 없다.

그것들은 신성한 텍스트의 페이지도, 성스러운 암호를 이루는 상징도, 신성한 사다리의 가름대도 아니었다. 움직이고 있는 혼돈의 모습을 담은 스냅사진에 불과했다.

“나는 아이에게 꼬리를 붙들려 카펫 위로 ‘끌려가는’ 고양이처럼 우아하게 진화론자들의 진영으로 넘어갔다!” 아, 이 문장 때문에 내가 그를 얼마나 흠모하게 되었던가. 이 문장을 본 나는 두 팔로 그를 안고 볼에 입을 맞춰주고 싶었다. 정신을 아득하게 하는 진화의 진실을 받아들이고 계속 전진할 길을 찾은 그가 참 용감하다고, 아주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물론 이는 그를 계속 나의 안내자로 삼을 수 있다는 의미였다.

그가 추구하는 것들 때문에 조롱을 당하고 때로는 괴롭힘까지 당하던 남자가 같은 세상에서 어떻게 그렇게 빨리 승격된 것일까? 나는 온순하고 음울하며, 먼지를 뒤집어쓴 것처럼 창백한 이 남자가 아무에게도 눈에 띄지 않은 채 미끄러지듯 슬그머니 지나다니다가, 어느새 어떤 목적의 빛으로, 공기로, 빛나는 물질로, 뭐가 되었든 아무튼 그 목적으로 서서히 차오르는 모습을 그려보았다. 목적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그는 자기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비했는가 하는 생각을 붙잡고 있지 않았다. 자신이 하려는 일, 그러니까 혼돈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질서를 만들려는 일이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는 점도 고려하지 않았다. 그는 이 시련 전체에서 얻은 교훈은 딱 하나라고 주장했다. 그게 뭐였을까? 겸손을 유지하라는 것? 이를테면 북미의 모든 담수어를 발견하겠다는 목표보다 좀 더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라는 것이었을까? 그는 “당장 출판하라는 것”이라고 썼다. 아, 더 세게 밀어붙이라는 말이었구나.

“나는 이미 지나간 불운에 대해서는 절대 근심하지 않는다”라고 데이비드는 설명한다. 그의 어조에서 어깨를 으쓱하는 느낌이 배어난다.

데이비드는 회고록에서 모든 자식들 가운데 특히 바버라를 “가장 상냥하고 가장 지혜로우며 가장 어여쁘고 가장 사랑스럽다”고 함으로써 부모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편애라는 큰 죄를 저지르고 말았다.

하지만 그가 유감을 품은 상대는 손쉬운 표적들에게서 돈을 갈취하는 사기꾼이 아니라 손쉬운 표적이 되는 사람들이었다. 그렇게 허술한 사고, “진실이 아니란 걸 우리가 분명히 아는 것을 믿으려 하는” 그런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엄청난 고통”을 초래한다고 그는 썼다. 바꿔 말하면 헛된 희망을 품는 뇌, 그러한 상상의 비약에 취약한 뇌가 악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영혼을 믿는 사람들로부터 이득을 취하는 이들에게 화살을 향해야했다.